[송재우의MLB IN&OUT] MLB역사상가장황당한실책은?

입력 2009-10-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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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최악의 실책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황당하면서도 결정적인 에러를 했던 보스턴의 빌 버크너. 1986년 월드시리즈 당시 그는 36세의 베테랑이었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실수를 하고 말았다. 스포츠동아DB

86년‘밤비노의저주’를부른건?빅리거도피해갈수없는함정?
올해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결정적인 실책으로 승부가 갈린 장면이 눈에 띈다. 뉴욕 양키스와 맞붙은 LA 에인절스가 그랬고, 박찬호의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2차전을 실책으로 내줬다.

필라델피아는 박찬호에게 아쉬운 패전을 안긴 2차전 역전패를 딛고 LA 다저스에 3승1패로 앞서 월드시리즈 진출에 1승 만을 남겨놓고 있지만, LA 에인절스의 경우는 뼈아프다. 21일(한국시간) 양키스에 완패당해 1승3패로 벼랑에 몰렸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 할지라도 사람인지라 예기치 않았던 실책은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실책이 어떤 순간에 나오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은 갈리고 만다.

이 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로는 바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빌 버크너(사진)일 것이다. 1969년에 데뷔했고 무려 2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올스타 출신으로 타격왕에도 올랐다. 통산타율이 0.289다. 만만치 않은 활약을 했던 선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통산 수비율도 0.991이다. 1000번의 수비기회에서 실책 9개밖에 범하지 않은 수준급의 수비를 자랑했다. 86년 월드시리즈 당시 나이는 36세였고, 메이저리그 18년차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2000년대 들어 2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밤비노의 저주’를 지워버린 레드삭스였지만 당시는 1918년 이후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전력을 다하던 시기였다. 당시 뉴욕 메츠는 최강 전력으로 정규시즌 108승을 거뒀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인 필라델피아에게 무려 21.5경기차로 앞서며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보스턴은 95승을 거두면서 양키스를 5.5경기차로 제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당시 두 팀의 대결은 신구 명문팀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고 보스턴이 3승2패로 앞선 가운데 뉴욕 셰이스타디움에서 5차전을 치렀다. 그리고 경기는 3-3 팽팽한 균형을 이룬 채 연장에 돌입했다 보스턴은 10회초 데이브 헨더슨의 홈런 등을 앞세워 2점을 뽑았다. 마침내 68년 만의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10회말 2사. 메츠에게 짙은 패색이 드리워졌을 때 개리 카터와 케빈 미첼의 연속 안타로 경기장에는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시 최고의 여자 골퍼 낸시 로페스의 남편으로 더 유명했던 레이 나이트는 볼카운트 2-0으로 몰린 상황에서 극적인 중전안타를 쳐내며 경기를 1점 승부로 몰고 갔다. 이어 새롭게 마운드에 오른 봅 스탠리는 어이없게 폭투를 범하며 동점을 허용했고 나이트는 2루에 진출해 경기 양상을 안개 속으로 몰고 갔다.

여기서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황당한 에러가 벌어지게 된다. 메츠의 타자 무키 윌슨은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였지만 그가 친 공은 그저 떼굴떼굴 구르는 느린 1루 땅볼이었고 메츠는 동점을 만든 것에 만족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타구를 1루수 버크너가 어이없이 다리 사이로 빠뜨리고 말았고 2루 주자 나이트는 쏜살같이 홈으로 내달려 드라마 같은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결국 마지막 7차전에서 메츠는 8-5로 승리를 거두며 팀의 2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봤고 보스턴은 다시 한 번 ‘밤비노의 저주’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포스트시즌 전력을 놓고 이런저런 요소에 대해 분석을 하지만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실책이다. 누구도 주인공이 되고 싶진 않지만 경기의 의외성을 불어넣는 숨겨진 지뢰, 실책이 월드시리즈를 포함해 메이저리그의 남은 포스트 시즌 경기에 어떻게 나타날까.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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