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V10마지막공은대진이형손으로”

입력 2009-10-2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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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을 하루 앞둔 기아타이거즈 선수들의 21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했다. 기아 이대진이 밝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걷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이대진12년전우승이후부상의 늪서재응“마침표는형이 찍으셔야죠”
야구선수의 목표는 누구나 우승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바란다면 그 우승의 결정적 순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겠지요. 스포츠영화에 자주 나오는 장면처럼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스트라이크아웃을 잡고 포수와 환호하는 투수나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 타자. 생각만 해도 정말 짜릿합니다. 인생을 그라운드에 던진 야구선수는 역사에 기록될 그 결정적 순간이 얼마나 간절할까요. 그러나 환호의 순간, 결정적 주인공이 다른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야구선수도 있습니다.

미스코리아 진을 발표하기 직전 진행자는 마지막으로 남은 두 사람에게 꼭 이런 질문을 합니다. “솔직히 누가 ‘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옆에 언니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의례적인 ‘뻐꾸기’가 아닌 진심으로 느껴졌기에 주인공 KIA 서재응의 말을 그대로 옮깁니다. “대진이형이 마지막 공을 던졌으면 좋겠어요. 대진이형이 9회 마지막 공을 던져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거죠. 모두 한꺼번에 대진이형에게 뛰어나가고. 우리가 이겼다고 소리치고.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꼭!”

광주 출신인 서재응은 고교 졸업 후 타이거즈의 붉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큰 꿈을 위해 대학에 진학했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1997년 인하대에 다니고 있던 서재응은 시즌 17승을 거둔 이대진과 이제는 세상을 떠난 김상진이 맹활약하며 해태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서재응은 “TV중계가 생생해요. 나도 프로에 갔으면 저 속에 있을 텐데…. 그러면서 아쉬워했죠. 벌써 12년이나 지났습니다”라고 추억했습니다. 서재응은 한해 후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그리고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영원할 것 같았던 이대진(사진)도 1998년 12승 11패를 끝으로 깊은 부상의 늪에 빠집니다. 이후 KIA는 단 한번의 우승도 못했습니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수술과 재활을 반복한 이대진은 역경을 이겨내고 12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섰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서재응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둘 다 가장 중요한 순간을 책임지는 에이스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합니다. 그러나 함께 “선발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한국시리즈에서 짧은 순간이라도 공을 던질 수 있는 지금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라며 웃습니다.

서재응은 6차전이 시작되기 직전 한 번 더 크게 외쳤습니다. “점수차가 크게 나서 이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대진이형이 편하게 마무리하죠. 제발!” 따뜻한 마음에 쌀쌀한 가을바람까지 포근해집니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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