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과 충격의 월드컵 8강전… 키워드로 정리한 명승부

입력 2010-07-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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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분의 4→4분의 1. 이틀 만에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남미 팀들이 유럽의 역풍을 맞아 기세가 꺾였다. 남미는 본선 진출 5개팀 가운데 4개팀이 8강까지 오르며 기세등등했지만 3, 4일 열린 8강전에서 3개팀이 패배하며 고개를 숙였다.》



■ ‘失’利축구
둥가 감독의 실리축구 실책 - 퇴장에 무너져


전반 10분 호비뉴(산투스)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브라질. 화끈한 공격 대신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택한 둥가 감독의 실리 축구에서 한 골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후반 8분 브라질 미드필더 펠리피 멜루(유벤투스)의 머리가 이변의 서곡을 알렸다. 네덜란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가 올린 크로스를 걷어낸다고 한 게 그의 머리를 스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네이더르의 골로 인정됐지만 자책골이나 다름없었다.멜루와 충돌하며 균형을 잃은 브라질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인터 밀란)는 망연자실한 채 그만 바라봤다. 행운의 동점골을 얻고 기세를 탄 네덜란드는 후반 23분 스네이더르가 헤딩 역전 골까지 터뜨리며 2-1로 거함 브라질을 침몰시켰다. 호비뉴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멜루는 후반 28분에는 불필요한 반칙으로 퇴장까지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 ‘手’아레스
손으로 슛막은 수아레스 승리 공신 돼 ‘국민영웅’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가나의 도미니크 아디이아(AC 밀란)가 회심의 헤딩슛을 날렸다. 골키퍼까지 쓰러져 있던 상황. 볼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타난 손이 그 볼을 막았다. 손의 주인공은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 주심은 수아레스에게 퇴장을 명령했고 가나엔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전반 가나의 선제골과 후반 우루과이의 동점골로 스코어는 1-1. 이 페널티킥만 성공하면 경기는 가나의 승리로 돌아가는 상황. 하지만 아사모아 기안(렌)의 킥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퇴장당해 경기장 밖으로 나간 수아레스는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우루과이는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가나를 4-2로 꺾고 40년 만에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다. ‘신의 손’ 수아레스는 퇴장으로 한 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지만 국민 영웅이 됐다.

■ 혼절 탱고
개인기에 의존 아르헨 전략부재로 최악 참패


경기 전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표정은 언제나 그랬듯 얼음같이 냉정했다. 반면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은 선수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키스를 해줬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마라도나 감독은 선수들을 안으며 입을 맞췄다. 하지만 표정은 일그러졌고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는 “무하마드 알리에게 얻어맞은 듯 힘이 다 빠졌다. 나는 내일 팀을 떠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차 군단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4-0으로 꺾었다. 뢰프 감독은 뛰어난 패션 감각 못지않게 치밀한 전략으로 ‘지적인 승부사’란 별명을 얻었다. 초보 사령탑 마라도나 감독은 승리를 호언장담했지만 그의 전략은 그 말을 따라주지 못했다. 약속된 전술 없이 개인기에 의존하던 공격수들은 독일의 철벽 수비에 꽁꽁 묶였다. 수비수들은 독일의 폭풍 같은 공격에 넋을 잃고 공간을 내줬다. 독일은 잉글랜드와의 16강전(4-1승)에 이어 또 한번 대승을 거뒀다.

■ PK 無情
양팀 다 페널티킥 실축 후반 막판 비야 결승골


기회는 파라과이가 먼저 잡았다. 후반 14분 스페인 수비수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하지만 오스카르 카르도소(벤피카)의 슛은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선방에 막혔다. 3분 뒤엔 스페인이 파라과이의 반칙으로 똑같은 찬스를 얻었다. 키커로 나선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심판은 슈팅 전에 스페인 선수들이 먼저 페널티 지역으로 들어왔다고 판단해 그 슛을 무효로 선언했다. 알론소의 다음 슈팅은 파라과이 골키퍼에게 막혔다. 양팀의 운명은 후반 38분에 갈렸다.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가 이번 대회 다섯 번째 골을 터뜨리며 스페인에 1-0 승리를 선물했다. 스페인은 60년 만에 준결승에 올라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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