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후배, 승부조작 제안받고 거부”… 김병지 밝혀

입력 2011-05-28 03: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차범근 “조작 용납하는 사회가 더큰 문제”

프로축구 최고참인 김병지 경남 FC 골키퍼(41·사진)가 승부조작 파문에 대해 “최근 팀 후배 몇 명이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김병지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7월쯤 승부조작 소문이 돌아 후배들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유혹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발언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몰라 말하기가 참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벌어진 뒤 후배들이 찾아와 ‘장난전화인지는 모르지만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는데 단호하게 거부했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병지는 “후배들이 당시 거부해서 다행이라며 내게 뒷얘기를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지는 ‘골키퍼가 주 타깃인데 혹 직접 제안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축구는 노력으로 이뤄지는 아름다운 스포츠인데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져 안타깝다. 팬들께 죄송하다. 그동안 낮은 연봉을 받거나 초년생을 중심으로 승부조작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번의 실점으로 승패가 좌우되는 축구에서는 수비수와 골키퍼가 승부조작의 주 포섭 대상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58)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C로그에 “승부조작, 큰일날 일입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 모두가 이런 일들이 비교적 용납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자기 몫이 아닌 돈을 먹기 위해 승부를 조작하는 어린 선수들과 자기들이 가진 힘과 권력을 이용해서 남의 돈을 먹는 것이 과연 다른 것일까요”라고도 했다.

차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도중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직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승부조작이 판치는 썩은 축구계’라는 요지의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차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근거 없이 한국축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5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차 감독의 글에는 ‘당시 소신 있는 발언을 하고 희생양이 된 듯합니다’ 등의 공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