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동생 하성민-형 하대성 “오늘은 적”

입력 2013-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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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가 깊은 것으로 소문난 FC서울 하대성(오른쪽)-전북 현대 하성민 형제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벌인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전북 경기에 둘 모두 선발 출전할 예정이라 중원에서 치열한 경합을 펼칠 전망이다. 사진|전북 현대·스포츠동아DB

■ 오후 7시 전북-서울 빅뱅

어릴적 형 플레이에 반해 축구 시작한 동생
용돈 모아 동생 선물 먼저 챙기던 자상한 형
물러설 수 없는 승부 앞에 우애를 내려놓다


“성민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형과 달리기해서 지는 날이면 이길 때까지 하자고 우겨요. 그럴 때면 대성이가 슬쩍 쉬엄쉬엄 하며 져 주죠.”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형제선수 하대성(28·FC서울)-하성민(26·전북 현대)을 키운 어머니 강윤희 씨의 회상이다.

형제는 어릴 적부터 우애가 대단했다. 동생 하성민이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것도 형의 플레이에 반해서였다. 하대성은 초중고 시절 전국 랭킹 톱 클래스였다. 형은 학창시절에도 지금처럼 의젓했다. 반면 동생은 승부욕이 강했고, 투지가 남달랐다. 어머니 강 씨는 “대성이는 자신이 필요한 물건은 친구들을 졸라 선물 받고, 용돈을 모아 동생 필요한 걸 사주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대성이가 속이 깊었다”고 말했다.

형제는 인천 만수북초-부평동중-부평고를 같이 다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동생이 1학년 때 형은 3학년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축구부 규율이 굉장히 셌다. 1학년은 3학년과 눈도 못 마주쳤다. 하대성은 동생을 편애한다는 소문이 날까봐 일부러 냉정하게 대했다. 강 씨는 “대성이가 그게 마음이 아팠는지 성인이 된 뒤에는 더 살뜰히 챙기더라고요”라며 흐뭇해했다. 동생도 형의 고마움을 잘 안다. 철들고 나서 하성민은 틈만 나면 형 홍보에 열을 올린다.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 하대성’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 하대성 ’ ‘국가대표 미드필더 하대성’….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하성민이 풀어놓는 레퍼토리다.

어렸을 때부터 형 하대성(오른쪽)은 의젓했고, 동생 하성민은 승부욕이 강했다. 형제의 어린시절 모습. 사진제공|하대성 가족


형제가 우애를 잠시 접어놔야 할 때가 왔다. FC서울과 전북 현대가 2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요한 일전을 벌인다.

하대성과 하성민 모두 선발이 유력하다. 서울 주장인 하대성은 부동의 중원 사령관이다. 하대성은 경고누적으로 17일 인천과 홈경기를 뛰지 못한 한을 이번 전북전을 통해 풀 각오다. 서울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위해 수원 삼성과 4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북을 잡으면 사실상 4위 확정이다. 하대성은 여느 때처럼 공수조율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을 전망이다. 하성민도 출전이 예상된다. 하성민은 상주상무에서 2년을 뛴 뒤 12일 전역했다. 군복을 벗은 날 잠시 인천 집에 들러 가족들과 저녁만 먹고 곧바로 전북으로 내려가 팀 훈련에 합류했다. 전북은 김상식과 서상민이 경고누적으로 서울전을 뛸 수 없다. 하성민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형제는 중원에서 격렬한 다툼을 벌여야 한다.

둘의 맞대결이 처음은 아니다. 하성민은 상주상무 소속이던 작년 서울과 두 차례 맞붙었다. 4월 첫 경기 때 하대성은 풀타임을 소화했고, 하성민은 선발로 나왔지만 후반 13분 교체됐다. 하대성은 동생이 교체되는 바람에 유니폼을 교환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6월 두 번째 경기 때 꿈을 이뤘다. 형제 모두 풀타임을 뛰었고, 사이좋게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결과는 모두 서울의 2-0, 1-0 승리. 하성민은 이번에는 패배를 갚아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보기 드문 형제 대결은 흥미로운 볼거리지만 막상 부모님은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심정이다. 두 아들이 나란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이 뿌듯하면서도 내놓고 한 쪽을 응원할 수가 없다. 아버지 하준철 씨는 “대성이와 성민이 모두 대견하다. 부모 마음은 부상 없이 경기를 무사히 끝마쳤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고 웃음 지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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