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장원준. 스포츠동아DB
장원준은 올 시즌 14게임에 선발 등판해 3승6패 평균자책점 10.48을 마크 중이다. 김 감독은 당초 장원준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장원준은 롱 릴리프를 자원했다.
1군 엔트리에 오른 투수 중 롱 릴리프는 가장 스포트라이트와 멀리 서 있는 존재다. 여전히 ‘패전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크게 뒤진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티며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는 필승조의 전력을 비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개인 통산 129승을 올렸고 리그에서 손꼽히는 고액 연봉 투수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보직이다. 그러나 장원준은 조용히 헌신해왔던 자신의 성격 그대로 투수 코치를 찾아가 “패전투수도 좋다. 동료들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하겠다”고 말했다.
통산 129승 롱 릴리프는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장원준의 캐릭터 특성상 자신이 선발에서 이탈했다고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거나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력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베테랑 투수다. 추가 실점을 최소화하고 역전 찬스를 만드는 롱 릴리프로 역할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선발 로테이션 추가 변동 없이 장원준이 롱 릴리프로 시즌을 마친 후에는 한국시리즈가 있다. 김 감독은 “지금 보다는 훗날(포스트시즌) 역할이 더 큰 투수다”고 말했다.
커리어가 입증된 베테랑 투수가 롱 릴리프 보직에 있다는 것 자체는 다른 토종 선발 투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단기적인 성적에 따라 언제든지 로테이션도 변동 될 수 있다. 숨어있는 장원준의 또 다른 긍정적 역할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