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두 팀으로 최강희 데려간 브루스 상하이 선화 단장, “우린 전북의 길을 향한다”

입력 2019-07-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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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점찍은 최강희 감독을 중국 슈퍼리그 전통의 명문 상하이 선화로 불러들인 브루스 조우 단장이 17일 상하이의 한 호텔 미팅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상하이(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돌고 돌아 만났고, 잠시 헤어졌다가 또 만났다. 참으로 질긴 인연. 그들은 서로를 “이런 게 운명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전통의 명문’ 상하이 선화의 최강희 감독(60)과 브루스 조우 단장의 관계가 그렇다.

둘의 첫 만남은 오래 전이 아니다. 지난해 처음 자리를 함께했다. 브루스 단장은 갑(甲·2부) 리그에서 큰 꿈을 품고 슈퍼리그에 승격한 다롄 이팡의 책임자 자격으로 최 감독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그러나 당장은 한 배를 탈 수 없었다. 톈진 취안젠(현 톈진 톈하이)의 접촉이 좀더 빨리 진행됐다.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모기업(취안젠 그룹)이 불미스러운 사태에 휘말리면서 최 감독의 계약은 무효가 됐다. 브루스 단장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최 감독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베이징으로 떠난 그날, 직접 연락을 했다. 다롄 부임이 그렇게 진행됐다.

어렵게 만났건만 첫 이별도 빨랐다. 브루스 단장은 자신이 다롄으로 향하기 전 11년 동안 단장으로 활동한 상하이 선화로 복귀해야 했다. 25년 역사에도 불구, 강등 위기에 놓인 친정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

상하이 선화로 떠나기 3주 전쯤 브루스 단장은 최 감독에게 “아마도 나는 떠날 것 같다. 이곳(다롄)에서 잘 버텨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든든한 우군 없이 홀로 남을 뻔 했던 최 감독의 남은 시간도 길지 않았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스페인)과 오래 전부터 물밑접촉을 해온 다롄 구단이 이별 통지를 했다.

브루스 단장이 또 나섰고, 상하이 선화 지휘봉을 최 감독이 잡았다. 반년 새 직장 세 곳을 공백기 없이 옮기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그것도 축구 지도자가 말이다.

상하이의 한 호텔 미팅 룸에서 만난 브루스 단장에게 이유를 묻자 아주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최 감독이 다롄에서 실패한 것도 아니다. 구단과 지도자의 방향이 달랐을 뿐이라고 본다. 다롄은 최 감독이 닦은 기반을 토대로 점점 발전하고 있었다. 우리 상하이 선화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계속 같은 지도자와 인연을 맺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최 감독의 존재는 알았지만 직접 만난 것은 오래 전이 아니다. 다만 축구단 단장으로서 K리그를 지켜봤고, 전북 현대의 운영방식과 시스템이 좋았다. 무엇보다 특정 감독이 10년도 넘게 팀을 이끌고 선수단을 성장시키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전북과 최 감독은 같은 운영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간혹 찾아오는 실수도 용납하고 서로 발전해 나갔다. 환경이 좋지 않은 시기부터 K리그를 넘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는 클럽으로 성장한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마음 속 깊이 전북과 최 감독의 시스템을 존중했다. 그 길을 중국에서 열고 싶다. 중국에서 전북의 길을 복사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상하이 선화 단장으로 이미 오랜 시간 활동했다. 왜 돌아왔나.

“(상하이 선화에서) 요청을 했을 때 아직 다롄 이팡과의 계약은 1년 반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친정 팀의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날 11년 간 키워준 곳이다. 적어도 어려울 때는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의리다. 내 개인적인 성향이기도 하다. 이 팀이 없었다면 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 사진출처|상하이 선화 홈페이지


-다롄에서 상하이로 연고를 옮기며 최 감독을 영입했다. 실패의 부담은 없었나.

“최 감독은 다롄에서도 성공했다. 이는 구단 구성원 모두가 인정한다. 특히 최 감독이 떠날 때 순위가 10위였다. 최종 목표인 8위와 격차는 불과 2점이었다. 성적부터 실패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다롄은 승격 클럽으로서 빅 네임을 데려와서 빨리 성과를 내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최 감독이 AFC 지도자상을 수상한 아시아 대표 감독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마르셀로 리피,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주제 무리뉴 등과 비교했을 때 영향력에서 뒤지는 건 사실이다. 아시아권보다 유럽권이 높은 위치라는 부분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다롄이 이런 위치를 원했던 것이다.”


-최 감독과 당신이 계속 다롄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단순한 성적 외적인 성공도 있다. 감독이 떠나자 다롄의 많은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다. 중국 기자들도 아쉬워했다. 전북 선수들도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고 알고 있다. 나도 다롄에 15개월 밖에 머물지 않았는데 감정 표현을 구단 식구들이 많이 해줬다. 최 감독과 코드가 맞는 부분이 참 많다. 존중의 힘도 빠트릴 수 없다. 아시아 최고 감독에게 내가 받았던 첫 인상은 ‘존중’이었다.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매사 긍정적이란 느낌을 받았다. 물론 뭔가 성취를 향한 자신감도 있다. 평범한 팀을 강호로 바꾸려면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김신욱. 사진출처|상하이 선화 홈페이지


-감독에 이어 김신욱까지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다.

“그래서 모두가 굉장히 바빴다. 기존 계약서를 파기하고, 새로운 계약서를 만들고 서로가 검토를 하고.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이것저것 다양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최강희 감독과 김신욱의 한국 에이전트(투비원 엔터테인먼트)가 아주 바빴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일이 벌어지는 상황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축구는 유럽·남미의 유명 선수를 선호하지 않나.

“사실 우리에게는 대단한 모험이었다. 강등 싸움을 하는 구단이 한국 스트라이커를 데려온다고? 이러한 과감한 선택을 내린 건 감독에 대한 신뢰다. 여름이적시장에서 우린 두 장의 (영입)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구단은 스테판 엘 샤라위(이탈리아) 이외에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슈퍼스타 영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선수 영입을 놓고 감독과 미팅을 하면서 솔직한 이야기를 해줬다. ‘한국 선수를 선택하면 신중히 하자. 유럽 선수를 택하면 결과가 안 좋아도 괜찮지만 한국 선수가 잘 풀리지 않으면 모든 책임은 당신이 짊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김신욱을 데려왔다. 다행히 모두에 좋은 선택이 됐다. 벌써 성과(2경기 연속 득점)를 냈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상하이 선화의 방향은 무엇인가. 최 감독에게는 어떤 비전을 제시했나.

“우린 뚜렷한 야망이 있다.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지키며 선수를 키워가는 일도 동시에 해야 한다. 상하이 선화는 전북의 길을 따르고 싶다. 다만 전북처럼 10년의 긴 시간이 아닌, 3~4년으로 단축하고 싶다. 이 미션을 감독에게 전달했다. 10년 간 하기에는 너무 인생이 짧다. 적어도 은퇴 후의 삶은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상하이(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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