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맘도 괴로웠던 태극마크…국내 최고 유격수 오지환, 자격 증명

입력 2021-07-29 2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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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신인 시절의 편견은 국내 최고의 유격수로 성장한 뒤에도 그를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때문에 생애 첫 성인대회 태극마크의 영예는 기쁨보다 죄책감이 더 큰 듯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버텼다. 이제는 국가대표 발탁에 누구도 고개를 젓지 않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주전으로 맞이한 첫 국가대표 경기, 오지환(31·LG 트윈스)은 역시 국내 최고의 유격수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9일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오프닝 라운드 B조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6-5로 승리했다.

경기를 끝낸 건 2사 만루, 양의지의 몸 맞는 공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그 순간까지 이끈 이는 오지환이었다. 7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장한 오지환은 공수 양면에서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보여줬다. 타석에서는 4타수 3안타 3타점 1볼넷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수비에서도 자신을 향한 타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넓은 수비범위와 경쾌한 리듬을 자랑하며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흠 잡을 데 없는 경기였다.

0-0으로 맞선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전 안타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어 0-2로 뒤진 4회말 2사 1루, 이스라엘 두 번째 투수 제이크 피시먼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때려냈다.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고, 후속 허경민 타석 런앤히트 때 2루 베이스를 훔치기도 했다. 백미는 7회말. 2-4로 뒤지던 한국은 이정후~김현수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균형을 맞췄다. 2사 2루에 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은 우중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로 역전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였다.

껑충 뛰며 좋아하던 오지환의 왼쪽 목덜미에 붙은 밴드. 국내 평가전 당시 주자와 충돌하며 생긴 상처였다. 5바늘을 꿰맸음에도 김경문 감독에게 강한 출장 의지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정말 감동했다”며 기특한 오지환에 엄지를 세웠다.

몸만 아픈 것은 아니었다. 오지환에게 태극마크는 아쉬움 가득했다. 3년 전인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당시 병역 미필이었던 오지환 선발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백업 유격수로 손색없는 기량과 기록이었지만 여론은 식지 않았다. 금메달을 딴 뒤에도 선동열 당시 감독이 국정감사에 불려가 오지환의 선발을 해명하는 촌극을 겪어야 했다. 과연 그 코미디를 연출했던 국회의원들은 이스라엘전을 봤을까. 봤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명실상부 국내 최고 유격수 오지환은 주전으로 맞이하는 첫 국제대회, 그 자격을 오롯이 증명해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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