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대표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배구대표팀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탄탄한 팀워크다.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 모두 ‘원 팀’을 강조하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 호흡하며 누구보다 끈끈해졌고, 그만큼 믿음도 강해졌다. 지난 4개월간 갇혀 살다시피 하면서 올림픽 준비에만 전념해 거둔 성과라 선수들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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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라바리니 감독의 전술적 대비도 크게 작용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민감한 요소는 경기 출전 여부다. 본인을 자주 기용해주는 감독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 엔트리에 포함된 12명 모두가 전 경기에서 최소 한 번씩은 코트를 밟았다.
8강행의 분수령이었던 일본전(7월 31일), 4강행을 확정한 터키전(4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끊임없이 영상을 보고 분석하며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 최적의 선수구성을 한다. 특히 일본전과 터키전 5세트 막판 서브 스페셜리스트의 로테이션을 통해 승기를 잡은 장면이야말로 압권이었다. 일본전에선 안혜진, 터키전에선 박은진이 그 역할을 해냈다. 전체적으로 비중이 크지 않은 선수들이 이런 과정에서 얻은 성공체험은 엄청난 자산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전략은 늘 같다. 우리의 특징과 기술을 내세운다”며 “우리 선수들은 서브에 경쟁력이 있다. 강팀과 맞붙을 때는 서브로 공략해야 한다. 이들의 토스워크가 좋지만, 서브에 따라 공격 효율은 차이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양효진은 “감독님은 상대 선수와 팀에 맞춰 꾸준히 연구한다. 우리도 늘 ‘감독님께서 전략을 주신대로 실천하자’고 얘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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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리니 감독이 전술을 구상하면, 선수들은 코트에서 이를 구현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김연경이 있다. 때로는 매섭게, 때로는 부드럽게 후배들을 독려하며 최상의 하모니를 이끌어내기 위해 움직인다. 공격과 리시브에 모두 가담하는 탓에 체력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승리를 위해 열정을 불태운다. 리시브에 부담을 느꼈던 박정아에게는 “리시브가 안 되면 공격해서 득점하면 된다”는 말로 기를 살려줬다. 터키전을 마친 뒤 김연경은 “원 팀으로 이뤄낸 4강이기에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전력이 약화했다는 평가는 4강 진출이란 값진 결실로 이미 뒤집었다. 여기에 ‘원 팀’의 가치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그만큼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 “나는 외국에서 왔기에 모르는 점이 많지만, 선수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자매 같다.” 라바리니 감독의 한마디가 ‘원 팀’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원 팀’으로 똘똘 뭉친 여자배구대표팀은 6일 오후 9시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도쿄올림픽 결승행 티켓을 놓고 세계랭킹 2위 브라질과 한판 승부를 펼친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