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 감독, “서울을 뛰게 만든 ‘이겨줘서 고마워요’ 한마디…우린 또 다른 울림을 준비한다” [사커피플]

입력 2021-12-2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FC서울 안익수 감독. 사진제공 | FC서울

K리그1(1부) FC서울 안익수 감독(56)은 시간이 날 때면 클럽하우스 건너편 언덕의 작은 카페를 찾았다. 커피 한 잔으로 짧은 여유를 즐기며 서울 선수단의 보금자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넬로 빙가다 감독(포르투갈)을 도와 2010시즌 서울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룬 11년 전을 떠올렸다. 문득 훈련장 곳곳의 작은 나무들이 어느덧 큼지막하게 자라있음을 느꼈다.


“나무가 많이 자랐더라. 높아진 팬들의 눈이다. 조금 흐릿해진 건물을 보며서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라고 느꼈다”던 안 감독을 21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났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린 팀을 구했고 휴식기를 맞았음에도 그는 여전히 바빴다. 올 시즌 서울의 경기를 리뷰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느라, 이른 아침 출근길에 올라 늦은 밤 퇴근하는 그간의 루틴을 반복한다.

FC서울 안익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서울의 2021시즌은 끔찍했다. 상위권 진입을 노렸지만 시즌 초부터 추락을 거듭했고, 끝내 파이널B(7~12위)로 내려앉았다. 다행히 행복한 마무리가 있었다. K리그2(2부) 강등을 피했고 승점 47, 7위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안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11경기에선 6승4무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광주FC와 원정경기에서 0-3으로 끌려가다 4-3 역전승을 일굴 만큼 서울에는 극적 반전이 있었다. ‘소방수’로 부임하기 전까지 지휘한 선문대를 아마추어 강호로 끌어올린 안 감독은 현대축구의 트렌드를 꾸준히 공부했고, 그렇게 채운 모든 것을 서울에 이식했다. 시즌 막바지 서울의 다이내믹한 축구가 여기서 나왔다.


안 감독이 패배의식에 젖은 선수단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작은 울림이 대한민국 전역에 널리 퍼지도록, 단순한 축구가 아닌 사회적 책임까지 지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서울의 브랜드를 증명하자.”


전술적 준비도 치밀했다. 리버풀의 전방압박, 맨체스터시티(이상 잉글랜드)의 볼 소유, FC바르셀로나의 공수 밸런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의 수비를 덧입혔다. “서울은 K리그와 한국축구에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유럽 명문 클럽이 지향하는 축구를 K리그에선 우리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선수단과 똘똘 뭉쳤다.

FC서울 안익수 감독. 사진제공 | FC서울


강등을 걱정할 틈이 없었다. 두려워할 시간조차 사치였다. 이 때 선수단에 큰 힘을 넣어준 순간이 있었다. “훈련장을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어제 이겨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여기에 있는 이유였다. 우리가 더 보람을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 이렇게 작은 곳부터 마음이 모여 위기를 극복했다.”


물론 이대로 만족하지 않는다. 안 감독은 “2022시즌이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스토리를 보여줄 양질의 팀을 구축하는 데 온 힘을 다하는 이유다. “올 시즌 막판 우리가 받은 칭찬은 부담이자 책임이다. 다음 시즌은 새 도약과 변화를 꾀할 시간이다. 목표를 위해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감독의 오랜 좌우명은 ‘준비에 실패하면,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삶을 위해 혁신과 변화, 도전을 지향한다고 했다. 서울의 최근은 실패였다. 그는 “서울을 떠올리며 팬들은 설렘을 느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가치”라고 힘주어 말했다.

구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