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막강” KT 토종 원투펀치 고영표-소형준, ‘8승+11승’으로 벌써 19승 합작

KT 고영표(왼쪽), 소형준. 스포츠동아DB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한화 이글스와 원정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후반기를 열었다.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국내 선발진이 제 몫을 다 했다. 23일에는 고영표(31)가 6.1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했다. 8회초 우천 상황으로 경기가 지연된 끝에 강우 콜드게임 승리(5-3)를 챙겼다. 24일에는 소형준(21)이 5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이후 불펜을 내세워 3-1로 웃었다.

이처럼 올 시즌 KT의 국내 선발투수들은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주며 팀을 지탱하고 있다. 개막 1선발을 맡았던 윌리엄 쿠에바스가 단 2경기만 던지고는 부상으로 낙마한 뒤 고영표가 사실상 1선발 역할을 이어받았다. 또 다른 외국인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시즌 초반 부침을 겪으면서 흔들리자, 소형준이 고영표의 뒤를 받쳤다.

두 투수는 큰 흔들림 없이 꾸준한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고영표는 17경기에서 8승5패, 평균자책점(ERA) 2.97을 기록 중이다. QS는 총 13회로 팀 내 1위이자, 전체 공동 6위다. 소형준은 고영표와 마찬가지로 17번의 선발등판에서 11승2패, ERA 2.51로 수치상으로는 더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QS는 12회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에선 고영표가 1.10, 소형준이 1.06으로 둘 다 리그 10위 안에 든다.

KT는 10개 구단 중 선발진이 가장 안정된 팀으로 꼽힌다. 5선발을 넘어 6선발 체제도 가능하다. 쿠에바스 대신 영입한 웨스 벤자민이 선발로테이션에 가세함에 따라 대체선발로 인상적 활약을 펼친 엄상백은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지난해처럼 6인 선발로테이션을 꾸릴 수도 있지만, 불펜 뎁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엄상백에게 전천후 역할을 맡겼다. 때로는 추격조, 때로는 필승조 등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른다.

KT가 이처럼 탄탄한 선발진을 구성한 데는 고영표와 소형준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국내투수로만 한정하면 KT보다 더 강력한 원투펀치를 갖춘 팀을 찾기는 쉽지 않다. 김광현(9승1패·ERA 1.52)과 이태양(6승2패·ERA 2.93)이 분전하고 있는 SSG 랜더스가 그나마 KT에 준하는 토종 원투펀치를 보유한 팀으로 평가할 만하다.

KT가 지난해 모두의 예상을 깨고 통합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선발진의 지분이 절대적이었다. 이른바 ‘선발야구’가 가능해지자 팀이 탄탄대로를 걸었다. 올해도 KT는 국내 선발진의 위력을 바탕으로 2연패에 도전 중이다. 후반기 KT가 상위권 3팀을 견제하는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