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박혜진이 20일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해 챔피언에 등극한 뒤 골망 커팅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BNK 박혜진이 20일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해 챔피언에 등극한 뒤 골망 커팅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부산 BNK 썸 가드 박혜진(35·178㎝)은 정규리그를 마치고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를 준비하는 동안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부러 말을 줄이고, 팀원들에게 싫은 소리도 했다.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PO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은 정규리그와는 무게감이 다른 무대인 만큼 ‘준비하는 자세부터 달라야 한다’는 신념 속에 독한 선배로 변신했다.

그뿐이 아니다. 18일 챔프전 2차전 하프타임에는 선수들을 코트 한 쪽으로 모았다. 훈련보다 대화를 택했다.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약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쿼터까지 박빙 승부를 이어간 BNK는 3쿼터부터 달아나기 시작했고, 결국 승리를 따냈다. 원정 1·2차전을 모두 잡은 BNK는 창단 첫 우승을 향한 중요한 발판을 확보했다.

이처럼 박혜진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다. 박정은 BNK 감독은 챔프전을 앞두고 “박혜진은 걱정하지 않는다. 발목이 완전치 않고, PO에서 출전시간이 길었지만, 스스로 잘 관리하고 있다. 벤치에서 신경 쓸 부분이 전혀 없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박혜진은 2차전 3쿼터 도중 오른 발목을 삐었다. 그러나 잠시 재정비한 뒤 4쿼터 초반 코트로 돌아갔다. 정신력 또한 대단하다.

박혜진은 아산 우리은행에서 ‘왕조’를 경험했다. 2012~2013시즌부터 6년 연속 챔피언 반지를 거머쥐었다. 잠시 주춤한 때도 있었으나,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에도 정상을 밟았다. 모두 주축 선수로 뛰면서 거둔 성과다.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8차례나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BNK에서 하나를 더 추가했다. ‘큰 경기’를 많이 치르면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경험한 베테랑은 BNK 선수들을 이끌며 이적 첫 시즌부터 우승을 의미하는 첫 번째 ‘별’을 구단에 선물했다.

BNK는 지난해 여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계약기간 3년, 첫 시즌 보수총액 3억2000만 원으로 박혜진의 사인을 받아냈다. 정규리그 초반 BNK의 선두 질주를 이끈 그는 후반기에는 재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발목이 불편했고, 고질적 발 부상도 겹쳤다. 정규리그 막판 복귀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그는 ‘봄농구’ 무대에서 BNK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를 제대로 증명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몸 상태도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그가 보유한 우승 DNA는 역시나 남달랐다.


사직|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