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현배짱누굴닮았냐고요?글쎄요…우린다소심한데…

입력 2008-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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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이는 세살 때 장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커 가면서 장이 자란다는 진단은 받았지만 아직도 소화 기능이 썩 좋진 못하다. 부모님은 광현이가 혹시 그 때문에 입이 짧은 것인지 걱정이다. 집에 들러도 회나 과일 종류를 챙길 뿐, 고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호리호리한 체구에 살이 안 찌는 체질이 방앗간 일 하느라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준 부모 잘못은 아닌지 괜히 미안하다. 어머니는 야구를 잘 모르지만 광현이가 마운드에 오르면 “가슴이 조여온다”고 했다. “마운드에 있는 광현이를 보면 고독해 보여요. 누구도 도와줄 수 없잖아요. 부모도, 동료도. 아직 애기인데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하면 차마 가만히 앉아서 못 보겠어요.” 그래서 어머니는 광현이 등판 중엔 괜히 화장실에 간다. 아린 가슴을 달래기 위해서다. 아버지는 경기 후 광현이를 가끔 만난다. 최근 광현이는 6연승 후 첫패를 당했다. 광현이는 “나 때문에 졌다”라고 자책했다. 아버지는 “아직 몸이 완전치 않고, 제구력도 들쭉날쭉한 것 같네요. 그래도 이런 얘기 광현이에겐 안 해요 그냥 ‘수고했다’ 한마디만 할 뿐이죠”라고 했다. 아들을 믿고 그저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는 부모님들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 시선은 광현이를 향하고 있었다. 광현이가 누구 닮아서 그렇게 배짱이 좋냐는 질문에 부모님은 “우린 둘 다 소심한데, 아무도 안 닮은 것 같네요.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 야구는 지기 싫어했어요”라며 웃었다. 집안에 운동선수 내력도 없다. 쌍둥이 남여동생(나현 양, 진현 군)이 있는데 여동생이 리듬체조를 했지만 지금은 둘 다 평범한 학생이다. 어쩌면 ‘개천에서 용 난’ 광현이는 선량하신 분들에게 내려준 하늘의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딱 하나 “건강하면 된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그저 대견할 따름이지요”라며 미소 지었다. 안산=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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