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가해냈어!’역전결승스리런…롯데3연승단독4위

입력 2009-09-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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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스포츠동아 DB

김무관 타격코치는 롯데의 홈이 사직구장이어서 가장 불이익을 보는 타자로 이대호를 꼽는다. 규모가 큰(좌우 95m, 중앙 118m)데다 펜스가 높고, 그 위에 그물 철망까지 놓여있어서 홈런 나오기가 가장 까다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이 느린 이대호인지라 펜스 직격 타구를 쳐도 단타에 그쳐 장타율 역시 손해를 보기 일쑤다.

롯데는 14-16일 경기가 없었다. 15일엔 경기감각 차원에서 5이닝짜리 자체 청백전을 가졌다. 이대호는 여기서 결장했다. 원래부터 안 좋은 허리를 보호하기 위한 배려 차원. 조성환이 롯데의 영혼이라면 이대호는 롯데의 중심이다. 17일까지 롯데의 127경기 중 120차례 4번타자로 나왔다. 이렇게 위상이 절대적이라 아파도 내색 않고, 팀 역시 전체 분위기를 고려해 이대호의 부상은 가급적 알리지 않는다. 그의 침묵엔 이런 사연도 있었다.

그랬던 이대호가 요즘 들어 부쩍 밝아졌다. 과묵한 스타일로 일관했는데 이젠 먼저 분위기를 띄우는 농담도 마다하지 않는다. 휴식과 밝음. 주변 환경이 바뀌고, 자기를 바꾸자 타격으로 나타났다. 8월22일 이후 15경기에서 7홈런이 쏟아졌다. 특히 롯데의 4강 사활이 걸린 17일 히어로즈전에서 3회 이현승 상대로 역전 결승 3점홈런을 뽑아냈다. 0-1로 밀리던 1사 1·2루에서 초구(시속 144km 직구)를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장외홈런이라 착각할 만큼 초대형(125m) 좌월 홈런이었다. 시즌 28호. 이로써 시즌 커리어하이 홈런에 1개(2007년 29홈런)차로 접근했다. 아울러 롯데 최다 결승타(9개) 단독 1위가 됐다. 가르시아와 홍성흔이 8개로 뒤를 잇는다. 이대호가 30홈런을 돌파하면 마해영(1999년 35홈런), 호세(1999,2001년 36홈런) 이래 처음.

롯데는 17-18일 홈 최종 2연전을 ‘팬 감사 데이’로 지정, 일반석 티켓 가격을 1000원-2000원까지 파격 판매했다. 이틀 연속 매진이면 작년 기록한 역대 최다관중을 넘는다. 그러나 롯데는 유독 만원관중 시 승률이 낮았다. 이대호의 17일 3점포는 이 징크스까지 날려버린 셈.
롯데 이상구 단장은 롯데-삼성-히어로즈의 ‘4강행 경우의 수’를 매일 보고서로 받고 있다. 이미 상대전적에서 삼성을 이겼고, 17일 승리로 히어로즈전도 9승8패 우위가 됐다. 이대호의 한 방은 단순한 1승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다. ‘롯데 하면 이대호’, 괜히 그런 게 아니다.
○이대호= 중요한 경기에 팀 승리를 이끌어 기쁘다. 야구장에서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래서 밝게 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팀이 이겨야 되는 중요한 타석이라 생각하고 들어섰다. 그래서 감격도 컸고, 세리머니도 크게 한 것 같다. 휴식하고 들어가는 경기 감각이 좋다. 힘이 붙는 것 같다. 몇 게임 안 남았으니 죽을 힘을 다해 싸우겠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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