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479일만에돌아온권총‘희망명중’!

입력 2009-09-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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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과 재활을 거쳐 479일 만에 1군에 복귀한 삼성 권오준. 원정 가방을 싸는 게 어색할 정도다. 그의 1군 복귀는 내년을 대비, 분위기를 익히고 마운드에서 감을 익혀보라는 선동열 감독의 배려다.스포츠동아DB

삼성필승불펜합류권오준
1군 컴백 소식에 아내는 눈물 글썽

현관문 나서며 입술 굳게 깨물기도

오랜만에 원정길 짐싸는게 어색해!

“원정 가방 싸는 것도 어색하네요.”

삼성 권오준(29)은 21일 대구구장으로 호출됐다. 이날 오후 문학 원정에 나서는 1군 선수단 버스에 합류하라는 통보였다. ‘프로물’을 먹은 지도 11년째. 그러나 1군에 처음 호출된 신인처럼 가슴이 뛰었다.

그는 22일 문학 SK전에 앞서 투수 안지만 구자운과 함께 1군에 등록된다. 지난해 6월 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479일 만의 1군 복귀다.

“원정 가방을 싸는 데 짐을 어떻게 싸야하는지도 어색하더라고요. 빠진 건 없나, 더 챙겨야할 건 없나…. 적응이 안 된 모양이에요.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들이었는데 이런 사소한 것들도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그는 지난해 9월 23일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입단 첫해인 99년 3월 5일 이미 한 차례 같은 수술을 받았던 그였다. 수술이 잘못돼 곧바로 수술을 새로 받는 일은 종종 있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사이 같은 수술을 2차례나 받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 처음에는 오른쪽 팔목 인대를 끊어 오른쪽 팔꿈치에 이식했고, 이번에는 왼쪽 팔목 인대를 절단해 오른쪽 팔꿈치에 새로 이었다.

“재활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수술 외에는 길이 없더라고요. 그것 말고는 야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이젠 처자식도 있고, 아직은 젊으니까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죠.”

그는 2주일 전 처음 불펜피칭을 시작했다. 그리고 20일 경산 한화 2군전에 등판해 1이닝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구속은 시속 138km. ‘권총’은 과거에 비해 많이 무뎌졌다. 그러나 재활훈련 1년 만에 첫 실전등판에 나섰다는 점에서 오히려 희망을 던졌다.

“이렇게 빨리 1군에 올라올 줄은 몰랐어요. 10년 전에 재활 경험도 도움이 됐죠. 사실 천천히 재활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오히려 여유를 갖고 하니까 재활기간이 생각보다 훨씬 단축된 것 같아요. 구속은 아직 덜 나오지만 컨트롤은 괜찮은 거 같아요. 몸상태도 좋고, 통증도 전혀 없고.”

선동열 감독이 1군에 호출한 것은 곧바로 승부처에 투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1군의 분위기를 익히고, 승부가 기운 상황이 오면 1군 마운드에서 감을 익혀보라는 배려다. 내년을 대비한 포석이다. 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1군 간다”는 말을 들은 아내는 그보다 더 놀랐다. “잘 됐다. 너무 좋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 생후 18개월 된 아들의 배웅을 받으며 현관문을 나선 그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어느덧 팀내 1군투수 중 나이로는 정현욱(31)에 이어 ‘넘버 2’. 4강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팀에 당장은 큰 힘이 될 수 없겠지만, 내년 가을에는 권혁과 다시 한번 ‘쌍권총’을 이루고, 오승환과 또 한번 ‘KO펀치’를 구축해 천하를 호령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는 권오준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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