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 SK뒷심-두산뚝심…누가셀까

입력 2009-10-1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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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두산과 SK간 운명의 5차전이 개봉박두다. 이번 시리즈에서 두 팀은 야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경우의 수가 다양한 야구의 승부를 사전에 예측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 끝나봐야 아는 것이다. 두 팀의 대결이 흥미로운 것은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쳤다는 과거사적인 측면이나,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 준다는 측면보다는 두 팀의 색깔이 매우 다르다는데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팀 역사, 감독성향, 팬 스타일 등을 고려할 때 자기 정체성을 확실히 가진 팀은 두산이며 SK는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 두산은 김인식 감독부터 김경문 감독에 이르기까지 FA급 선수 10명 이상을 팔아치웠지만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호흡이 긴 야구이다. SK는 조범현 감독부터 출발한 데이터 야구가 김성근 감독에 이르면서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팀 역사가 10년 밖에 되지 않았기에 감독의 스타일이 팀 컬러를 지배하고 있다.

우선 경기력 측면에서 보면 SK는 빈틈이 없다. 김광현, 송은범, 전병두를 빼고도 이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선수들의 표정이나 작전수행 능력 등을 보면 과거 독일의 ‘게슈타포’를 떠올리게 한다. 한마디로 기계화군단이다. 두산과 지난 두 번의 한국시리즈를 리버스 스윕으로 끝낼 정도로 근성이 강한 팀이다. 지난 3차전, 시즌중반 이미 어깨부상으로 시즌아웃한 채병용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을 때만 해도 게임은 두산 쪽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결과는 SK의 생존이었다. SK야구는 처절하면서도 냉정하다. 그래서 다른 팀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것이 또한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두산은 일단 끈끈하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의 자존심을 귀하게 여긴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1-1 동점인 상황 5회말 1사 2·3루에서 반전의 기회가 왔지만 용덕한을 그대로 기용했다. 이 한 게임 보다는 시리즈전체 그리고 가을야구 전체그림에 포커스를 맞추는 느낌이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SK는 1차전 선발 글로버가 등판한 반면 두산은 금민철 대신 김선우를 기용했다. 다른 팀 같으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5차전 마저 패한다면 3년 연속 리버스 스윕이다, 그것도 SK한테만. 고집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이다. 결과론적인 평가방법이 적용되는 야구에서 김경문 감독은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뚝심의 야구’를 밀어붙이고 있다. 패배에 대한 모든 부담을 안은 채.

팀 색깔도 확연히 다르고 감독 스타일도 극과 극인 두산과 SK. 이제 어느 한 팀은 패배의 멍에를 뒤집어 써야한다. 그러나 패배했다고 해서 비난은 금물이다. 적어도 이 두 팀은 바꿀 수 없는 자기만의 색깔로 여기까지 왔다. 누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갈지는 오직 신(神)만이 안다. 흥미진진하고 기대되는 플레이오프 5차전이다. 굳이 사족하나 단다면,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팀을 보면 마지막에 게임을 매조지 할 수 있는 투수가 꼭 있었다. 그 팀이 최후의 승자였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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