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플러스] 엔트리 빠져도 연습투… SK 송은범

입력 2009-10-2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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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기아타이거즈 대 SK와이번스 경기가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SK선발 송은범. 잠실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명단엔 없지만 제가 할 몫 있을겁니다”
두산에 2연패 당한 다음날 묵묵히 피칭
“병용이 형도 던지는데 나도” 등판 자원
어깨통증 웬말…KIA 윤석민에 판정승
“한국시리즈에서 제가 해야 할 몫이 있을 겁니다. 우리 팀이 이대로 쉽게 무너질 리가 없죠!”

10월 9일 문학구장 불펜. 정확히 말하면 플레이오프에서 SK가 두산에 2패를 당한 다음날이다.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서 빠져있던 송은범은 이날 2군에서 묵묵히 70개의 피칭을 소화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계형철 2군 감독은 “한번 더 지면 올 시즌 끝인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던지는 너를 보니까 왜 우리 팀이 강한지 알겠다”며 싱긋 웃는다.

어깨 부상을 딛고 다시 마운드에 선 SK 송은범이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2차전에 이어 다시 만난 윤석민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5이닝 동안 4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의 기쁨을 맛봤다. 5이닝 동안 한 차례도 선두타자를 내보내지 않았고 147km의 빠른 공은 어느 때보다 힘이 있었다. 5차전에서 KIA 로페즈에게 영패를 당해 막다른 고비에 몰린 팀을 구하며 승부를 최종 7차전으로 몰고 가는 천금같은 호투였다.

“몇 회까지 던진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첫 타자부터 마지막 타자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했습니다.”

송은범은 올해 데뷔 7년 만에 12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부상 때문에 아쉬움도 많았다. 6월까지 10연승 무패. 그러나 7월초 어깨 통증이 찾아오며 밸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7월 이후 15경기에서 2승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김광현이 8월 2일 두산전에서 김현수의 타구에 왼 손등을 맞고 시즌을 마감한 탓에 아파도 아프다는 말 한번 제대로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PO 엔트리에서 송은범을 뺄 때 김성근 감독조차 그가 올 시즌 다시 마운드에 서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2군에서 나흘 휴식을 취한 뒤 송은범은 계형철 2군 감독에게 다시 공을 던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어 김성근 감독에게는 일단 보고를 하지 말자고 했다.

“(채)병용이 형도 던지는데 나도 뭔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늘 제가 생각해도 잘 던졌습니다.”

송은범은 마운드에서 웃는 미소가 매력적인 투수다. 기량도 뛰어나지만 올해 정신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시즌 내내 괴롭혔던 어깨 부상을 완벽하게 털어낸다면 내년에는 15승투수 송은범으로 우뚝 서리라 믿는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사진=잠실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SK 송은범=포스트시즌 첫 승리라고 해서 별다른 느낌은 없다. 그냥 시즌 중 한 경기 같은 느낌이다. 이전 경기도 그랬다. 큰 부담을 가지기보다 그냥 재미있게 던지려는 마음이었다. 한국시리즈부터 엔트리에 포함됐는데, 잘 해야겠다는 각오보다는 최대한 팀에 피해는 주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감독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신 것 같다. 4회 김상현 선수의 타구가 파울이 됐는데, 홈런이었다면 분위기가 저쪽으로 넘어갔을 것 같아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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