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피에스타] SK 팬에게 김광현이 그렇듯, 김광현에게 SK 팬은 자부심이다

입력 2019-10-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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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당연히 우리 선수들이 이겼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주세요. 그럼 저희는 응원할 거예요.”

지난해 포스트시즌(PS)을 앞둔 SK 와이번스는 전광판에 팬들의 응원 영상편지를 상영했다. 팬들에 대한 감사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SK에겐 흔한 이벤트였다. 경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의 상영이라 모든 선수가 이를 유심히 보진 못했지만, 평소 꼼꼼히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왔던 김광현(31)의 시선은 그날도 전광판에 꽂혔다.

그는 한 팬의 말에 큰 울림을 느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주기만 한다면 우리 SK 팬들은 언제나 응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데뷔 첫해인 2007년,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추어 때부터 매일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잡혀 있던 그가 처음으로 부담을 덜었던 계기다. 그리고 지난해 SK는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했다.

“매 경기 이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고 패한 날엔 화가 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지난해 그 팬의 목소리를 듣고 조금은 내려놓았다. ‘져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더라도 후회가 덜 남도록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플레이오프(PO) 3차전에도 등판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인데, 그 이유도 마찬가지다. 나를 지켜봐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릴 때 스포츠 경기를 봐도 지고 있는 팀을 응원하게 되더라. 응원이라는 건 역전을 향한 노력을 향하는 것 같다. 나를, 그리고 SK를 응원해주는 팬들의 자부심이 되고 싶다.” 올가을, 김광현의 말이다.

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정규시즌 190.1이닝을 던졌고, PS에서도 1선발로 나선 데다 시즌 후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1선발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를 둘러싼 상황은 좀처럼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런 그가 오늘도 스파이크 끈을 동여매는 이유는 결국 팬이다.

팬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프로이기에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 경기 이기진 못한다. 마찬가지로 영원한 우승팀도 없다. 그럼에도 팬심은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김광현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15일 키움 히어로즈와 PO 2차전을 찾은 SK 팬 정미진(26) 씨는 “다시 인천에서 PS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올 시즌이 아니라면 내년, 내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우승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계속 SK를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PO 1, 2차전을 홈에서 내준 상황. SK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 PO에서 1~2차전을 패한 팀이 리버스 스윕으로 KS 진출에 성공한 건 지난해까지 15번 중 2번으로 확률은 13.3%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두 번 중 한 번이 2009년의 SK다. 김광현은 “2009년에도 2연패 후 3연승을 했던 적이 있다. 분발하겠다”고 각오했다.

PO 2차전에서 만난 팬들은 “우리 SK”, “우리 김광현 선수”라고 말했다. 사소한 표현이지만 SK의 일원으로서 ‘우리’라는 단어를 당연하게 쓴다. SK 팬들에게 김광현이 그렇듯, 김광현에게도 SK 팬들은 자부심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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