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키움에 1-10으로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SK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쉽사리 떨쳐낼 수 있는 충격이 아니었다.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연달아 역습을 당한 SK 와이번스에게 ‘유종의 미’는 허락되지 않았다.
● 홈런 줄었지만…‘승·홀·세 풍년’ 활짝 꽃핀 마운드
페넌트레이스에서 SK는 승승장구했다. 8월 중순 일찌감치 선두 입지를 굳힌 듯 했던 SK는 3위 두산을 무려 9경기 차이로 따돌렸다. 2위 키움과의 간격도 7.5경기나 됐다.
반발계수를 하향 조정한 공인구의 영향으로 ‘홈런 공장’이란 팀 컬러는 다소 희미해졌지만, 탄탄해진 투수력이 장타 공백을 메운 덕분이다. 2018년 233개(1위)에서 2019년 117개(3위)로 줄어든 팀 홈런 성적은 평균자책점 1위(3.48)로 단련된 버티는 힘으로 만회가 가능했다. 1점차 승부에서 25승8패로 리그 최고 0.758의 승률을 낸 마운드는 팀의 버팀목이었다.
● 끝까지 발목 잡은 타격 침체, 투타 엇박자로 끝난 가을
하지만 불안 요소는 분명했다. 시즌을 치르는 내내 주기적으로 ‘방망이 침체기’가 찾아왔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어야 할 9월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두산에 역전 우승을 허용한 배경에도 타선의 부진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점수 생산에 애를 먹는 타자들의 부담은 투수진의 어깨도 무겁게 했다. 9월 팀 평균자책점이 3.95 팀 타율이 0.236으로 나란히 8위까지 밀려났다. 팀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88승 기록을 새롭게 쓰고도 SK 선수들은 웃지 못했다.
이는 곧 가을 무대에서 투타 ‘엇박자’로 이어졌다. 키움과의 PO 1차전서 단 1점도 뽑지 못한 SK는 투수를 8명이나 내세우고도 11회 연장 승부 끝에 졌다. 2차전에서는 제이미 로맥, 한동민이 홈런을 터트리며 팀 공격에 불을 붙였지만 선발 앙헬 산체스(4이닝 6실점)를 비롯해 마운드의 실점도 나란히 늘었다. 안방 2연패로 궁지에 몰린 SK에게 리버스 스윕의 기적은 없었다. 전력의 100%를 발휘하지 못한 SK의 가을은 유독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