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스토브리그 MVP 성민규…프로세스 타켓은 2021

입력 2020-01-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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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도시’ 부산에 자리잡고 있는 사직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었다. 롯데 팬들은 어느 때보다도 흥겹게 새해 봄을 기다리고 있다. 성민규 단장이 프리에이전트(FA) 안치홍 영입 등 겨울 동안 체계적으로 팀 설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2021년 우리 팀에는 주축 선수들이 프라임 타임을 동시에 관통하게 됐다. 손아섭, 민벙헌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안치홍 역시 그 해 시즌이 끝나면 옵트 아웃 갈림길에 선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승부를 걸겠다.”

올해 스토브리그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 안치홍(30)과 계약한 직후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38)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 내용이다.

지난해 9월 롯데 자이언츠가 성 단장을 선임했을 때 처음 쏟아진 반응은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기대 이상 우려 섞인 시선과 의문부호가 더 많이 따랐다. 무엇보다 구단은 물론, 모기업, 리그 전체에서도 비주류다. 더군다나 나이는 만37세. ‘과연 프런트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까?’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따랐다.

그러나 성 단장은 옳 스토브리그에서 10개 팀 단장 중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당장 안치홍과 계약은 표면적으로는 4년 최대 56억 원이지만 선수와 구단이 각각 옵트아웃과 바이아웃 권리를 갖는다. 롯데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선택에 따라 2년 26 억 원, 연평균 13억 원에 골든글러브 2루수의 30·31세 시즌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성 단장은 이 계약을 “리그 올스타, 골든글러브 출신 2루수의 프라임타임 2년을 그것도 확실한 동기 부여 속에서 함께 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FA투자는 부상, 부진 등 예상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많다. 안치홍 역시 부상 전력이 있고 수비범위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계약 역시 성공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구단이 감내해야 하는 위험도를 최대한 낮췄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성과다.

장기적으로 포지션 변경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던 안치홍에게 “우리는 2루수로 영입을 원한다”며 자존심을 높여준 것도 훌륭한 전략이다.

롯데 자이언츠 단장 성민규. 스포츠동아DB


성 단장은 취임과 함께 프로세스라는 화두를 던졌다.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강팀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한 단계씩 밟아 나가겠다는 포부였다.

프로세스의 완성을 목표로 한 시점은 2021년이다. 성 단장은 “안치홍, 손아섭, 민병헌에 노경은까지 모두 계약 마지막 해다.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거다. 이들과 함께 달려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찾는 것이 이제 숙제다”고 말했다.

성 단장은 앞서 한화 이글스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2차 드래프트 후 트레이드로 포수 지성준을 영입했다. 팀의 최대 약점인 포수전력 보강이다. 이어 외국인 타자로 유격수 딕슨 마차도에 이어 2루에 안치홍을 선택했다. 조성환 두산 베어스 코치 은퇴 이후 롯데 내야수비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는데 이 부분이 해결됐다. 중견수 민병헌까지 확대하면 강팀의 첫 번째 조건인 센터라인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성민규 단장이 머릿속에 대반등을 그리고 있는 2021년은 팀 내 최고 연봉(2017~2020년 연간 25억 원) 선수 이대호의 계약이 끝난 후 첫 번째 시즌이기도 하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 재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 규모의 고액 연봉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만큼 페이롤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성 단장이 외쳐온 프로세스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선발진 완성, 외국인 투수의 활약, 내부 육성 및 외부 전력 보강 등 앞으로 숙제가 더 크다. 그 결과에 따라 프로세스는 성공과 실패라는 정 반대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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