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위해 양의지도 포기했던 KIA, 결국 초라한 마무리

입력 2020-01-14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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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선빈. 스포츠동아DB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체면치레를 하겠다는 생각에 다급히 계약을 완료했다.

KIA 타이거즈는 14일 “김선빈과 4년간 최대 40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보장액이 34억 원, 옵션이 6억 원이다. 계약금 16억 원에 연봉은 4억5000만원씩 총 18억 원이 책정됐다.

2020 FA 시장이 열렸던 2019년 11월, KIA의 집토끼 단속 의지는 매우 강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선빈(31)과 안치홍(30)을 붙잡기 위해 조계현 단장이 나서 “반드시 잔류시킨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다.

그러나 정작 실무에 들어가자 KIA의 FA 협상은 묘한 흐름을 탔다. 조 단장이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팀에서 10년 넘게 뛴 핵심 선수들과 첫 협상 테이블부터 예우는 없었다. 조 단장은 뒤로 빠지고 팀장급 실무진이 협상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난해한 이야기는 또 등장한다. FA 협상 테이블이 무려 두 달 간 차려지지 않았다. 협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 안 된 것이다. 두 선수를 ‘반드시 잔류시킨다’고 호언한 구단은 11월과 12월이 지날 때까지 두 선수 누구에게도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물론 정확한 액수도 제시하지 않았다.

KIA의 이번 FA 시장 전략은 철저한 지공이었다. 두 선수에게 어떠한 외부 오퍼도 없을 것이라는 오판 아래 협상을 주도하려 했다. 이 전략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KIA는 2019시즌 중간부터 내야수 안치홍의 2루 수비력을 구단 스스로 깎아 내리며 저평가했다. 대안도 없으면서 포지션 변경 필요성을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수차례 공개했다.

팀 상황에 맞춰 1루 겸업을 통해 헌신한 선수는 모멸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KIA는 안치홍의 2루 수비력을 높이 평가한 롯데 자이언츠에게 프랜차이즈 스타를 빼앗겼다. 대들보 역할을 한 선수가 빠져나가자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구단은 다급하게 협상 전략을 바꿨다. 조 단장이 드디어 전면에 나선 것이다. 누가 봐도 다급하게 계약을 마무리하려는 모습이었다. 결국 KIA는 초기에 제시한 금액보다 한참 더 많은 40억 원에 김선빈을 겨우 붙잡았다.

2018시즌이 끝났을 때 KIA는 취약 포지션인 포수 부문의 당시 FA 최대어, 양의지와 한동안 계속 연결됐다. 그러나 2020 FA 시장에서 집토끼를 단속해야 한다며 외부 영입에서 최종 철수했다. KIA는 이번 시장에서도 외부 FA 영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년간 최종적으로 투자한 FA 금액은 40억 원. 계약을 성사시킨 선수는 김선빈 한명뿐이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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