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스토리] ‘음지의 발길질’ KT 전력분석팀, “선수들은 백조처럼 빛나줘!”

입력 2020-02-1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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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KT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구슬땀을 흘리는 KT 전력분석팀. 왼쪽부터 김동영 매니저, 이철우 매니저, 김도형 과장, 이성권 대리, 임세업 대리. 사진제공 | KT 위즈

수많은 관중과 미디어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은 한정돼있다. 하지만 ‘스타’는 혼자 빛나지 않는다. 이들이 수면 위 백조처럼 우아한 움직임을 펼칠 때 음지에서는 그들이 가라앉지 않도록 버텨주는 이들이 있다. KT 위즈 전력분석팀은 이러한 발길질을 자신의 몫으로 남겨뒀다. 선수들이 백조처럼 빛나주면 그걸로 행복하다는 반응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진행 중인 KT 스프링캠프. 하루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건 전력분석팀이다. 정규시즌 때는 그라운드 키퍼나 훈련 보조 요원들이 있지만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되는 캠프는 다르다. 공이나 장비들은 물론 땅을 고르는 일까지 이들이 세팅을 마쳐야 훈련이 시작된다. ‘전력분석팀’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사실상 현장 스태프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이들이다.

훈련 내내 배팅볼을 던져주고 수비에서 공을 받아주는 일 역시 이들의 몫이다. 훈련이 끝났을 때 장비의 철수까지 책임진 뒤 숙소에 돌아오면 또 다른 일과가 시작된다. ‘전력분석’의 본업이 비로소 가동된다. 훈련 때 촬영한 영상을 날짜별로 분류하고 좋았을 때와 차이를 찾는다. 분석 정보를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공유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가장 먼저 시작된 하루를 가장 늦게 마무리하는 건 일상이 됐다.

시즌 때도 마찬가지다. 지방 원정 3연전이 끝나고 수원에 도착하면 새벽 3~4시. 이때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수원KT위즈파크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고 다음 하루를 준비하는 게 이들의 일상이다. 이런 고된 일상에도 지난해 만들었던 5할 승률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다.

김도형 과장은 “차라리 시즌이 낫다고 느낄 때가 있다. 빨리 개막했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지금의 시기가 선수, 그리고 팀에게 정말 중요하다. 잠을 줄이더라도 선수들에게 도움될 부분이 있으면 하나라도 찾아주는 게 지금 우리의 역할”이라고 자부했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KT 전력분석팀. 왼쪽부터 김도형 과장, 임세업 대리, 이철우 매니저, 이성권 대리, 김동영 매니저. 사진제공 | KT 위즈

임세업 대리는 “지난해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쌓은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하면 꽤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선수들이 변화한 부분의 정확한 포인트를 짚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에 비해 타구속도가 10㎞ 상승한 외야수 배정대도 “체감 상으로 타구가 좋아졌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는데 전력분석팀의 자료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고생을 버티는 원동력은 사소한 한 마디다. 김동영 매니저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 우리가 제공한 자료를 통해 변화를 준 선수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고맙다’고 얘기해줄 때만큼 뿌듯한 순간은 없다. 그걸 위해서 힘든 일을 참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성권 대리 역시 “KT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신생팀의 역사를 써나가는 선수들을 뒤에서 돕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이철우 매니저는 “KT라는 팀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 선수가 잘해야 팀도, 우리도 잘된다. 우리가 돋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인터뷰도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난해 5할 승률이라는 성과를 낸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는 얘기를 이 자리를 빌어 꼭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임세업 대리는 “2019시즌 이강철 감독님과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우리 같은 스태프들까지 존중해주시는 게 정말 감사했다”며 “선수들이 수면 위의 백조라면, 우리는 그 밑의 발들이 되고 싶다. 고생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선수들이 우아한 모습으로 빛을 봐줬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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