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업’과 작별한 황재균, 야구인생 최대 변화 시동

입력 2020-02-16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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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과 자신을 위해 변화를 택한 KT 황재균. 투손(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걸그룹 식단’이라고 부를만하다. 탄수화물과 완전히 작별하며 몸을 아예 바꾸고 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벌크업’과도 작별이다. 황재균(33·KT 위즈)은 야구 인생 최대 변화를 시작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KT 스프링캠프 일정은 대개 오전에 마무리 된다. 선수단은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은 뒤 추가 훈련을 하거나 버스에 탑승한다. 하지만 식당을 오가는 길에 황재균의 모습은 없다. 유일하게 점심을 먹지 않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캠프지에서 만난 황재균은 “아침은 눈 뜨자마자 물에 식초 한 스푼과 마그네슘, 소금 각 반 스푼씩 타 먹는다. 점심은 아몬드 백 알과 아보카도, 저녁은 고기를 먹는다”고 식단을 설명했다.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시작한 식단 관리를 일정 끝까지 이어갈 생각이다.

변화의 이유는 팀이다. 메이저리그(MLB) 영상 시청이 취미인 황재균은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 코디 벨린저(LA 다저스) 등 날렵하고 탄탄한 선수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최근의 ‘5툴 플레이어’ 중에는 배가 나오고 지방이 많은 체형은 없다. 그 즈음 지인의 소개로 구독자 24만 명의 헬스 트레이너 대니 조를 알게 됐다. 대니 조는 황재균에게 ‘큰’ 근육 대신 ‘긴’ 근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재균이 영향을 받은 옐리치, 벨린저 등과 마찬가지였다. 황재균이 걸그룹 식단으로 변신을 시도한 이유다.

40홈런을 치지 못할 바에야 100㎏대 몸을 포기하고 날렵함을 택하자고 결심했다. 매번 30홈런 이상을 노렸던 황재균은 20홈런 이상을 치며 빠른 발과 수비 범위까지 갖춘 내야수를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뛰는 야구’를 강조하는 이강철 감독의 특성에 부합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황재균은 “큰 몸으로 도루를 하니까 몸이 아팠다. 확실히 나나 팀에게는 날렵한 내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어트를 통한 빠른 회복도 기대 요소다. 일주일에 6경기를 소화하는 야구의 특성상 빠른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체중 변화로 아침의 상쾌함이 달라졌다는 황재균이다.

이 감독은 2020시즌 키 플레이어로 황재균을 꼽았다. 걸음이 빠른 심우준~김민혁으로 테이블세터를 점찍었는데 황재균이 3번타순에 들어간다면 뛰는 야구를 극대화할 수 있다. ‘덜 나가는 공인구’ 시대에 맞는 변화다. 물론 이 감독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온다는 전제가 먼저다. 황재균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3번타순에 넣어달라고 하고 있다”며 웃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던 2012년 이후 7년째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한 황재균은 “KT 첫 가을야구의 해결사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그렸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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