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MVP] ‘선발 데뷔전서 데뷔승’ 이건욱의 진심 “SK였기에 버틸 수 있었다”

입력 2020-05-28 2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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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SK 선발투수 이건욱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정면승부죠. 공격적인 투구로 돌파해야 합니다.”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52)은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선발투수 이건욱(25)에게 조언을 건넸다. 데뷔 처음으로 1군 무대에서 선발 등판하는 이건욱이 그저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던지기만 바랐다.

팔꿈치 근육 뭉침 증세로 부상자명단(DL)에 오른 외국인투수 닉 킹엄(28)의 복귀 시기를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일단 염 감독은 이건욱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1군에선 계투로만 5경기에 등판했지만, 퓨처스리그(2군)에서 선발 경험을 쌓은 터라 큰 이질감은 없었다. 염 감독이 경기에 앞서 “(이건욱이) 투구수 100개도 소화 가능하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건욱은 염 감독의 주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1회부터 공격적인 투구로 두산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5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기도 했다. 최고구속 146㎞의 포심패스트볼(포심·48개)과 슬라이더(20개), 체인지업(5개)을 적절히 섞어 경제적인 투구를 했다. 최종 기록은 5.1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3삼진 1실점. 투구수는 73개에 불과했다. 팀의 X-X 승리를 이끌며 데뷔 첫 승까지 따냈으니 그야말로 최고의 날이었다.

옥에 티라면 퍼펙트 피칭이 중단된 과정이다. 5회 2사까지 14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운 뒤 김재호를 상대로 평범한 뜬공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중견수 노수광과 우익수 정진기의 위치가 겹치는 바람에 첫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위치가 겹치지 않았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후속타자 박세혁에게 첫 볼넷까지 허용한 탓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 장면도 꿈에 그리던 데뷔 첫 승과 팀의 연패를 끊은 덕에 웃으며 돌아볼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이건욱은 “처음에는 3이닝만 버티자고 생각했다”며 “연패 중이었지만, 팀 분위기는 좋았기에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꿈꿔왔던 첫 승리를 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더 잘하고 싶지만, 또 오버페이스를 하다가 다치면 안 된다. 다치지 않고 야구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동안 부상이 많아 제대로 야구를 한 게 2년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도와준 SK 구단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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