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살 위 굳은살…동생과 함께 뛴 롯데 황성빈, 절실함은 통한다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2-05-16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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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뛰는 건 형인데, 눈물은 왜 내가 흘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은 황성빈(25·롯데 자이언츠)이 잊지 못할 경기다.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들었다. 9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그는 1군 첫 타석부터 기지를 발휘했다.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번트안타를 뽑았다.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1루에 닿았다. 8회초에도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번트안타로만 멀티히트(4타수 2안타 1득점)를 완성했다. 8-5 승리 후 수훈선수로 선정된 이대호는 황성빈을 숨은 공신으로 꼽았다. 덕아웃에선 파이팅을 외치고, 그라운드에선 덕아웃을 열광시켰기 때문이다.

이튿날에도 선발 명단에 든 황성빈은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1도루로 활약했다. 이번에는 깔끔한 우전안타부터 내야안타, 3루타까지 다양한 결과를 냈다. 그는 “꿈꾸는 듯했다. 선발 명단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엄청 설레더라. 매번 상상만 하던 일이었다. 구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갑자기 울컥하기도 했다. 아직도 꿈만 같다”고 돌아봤다.

황성빈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경남대 시절 4년 통산 50경기에서 타율 0.407, OPS(출루율+장타율) 1.003, 61도루를 올리며 대학 최고의 리드오프로 불렸다. 2019년 대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때는 태극마크도 달았다. 잠재력을 알아본 성민규 롯데 단장은 입대를 권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다고 봤다. 전역 후 올 1월 상동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1군 스프링캠프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각오가 남달랐다. “출발은 상동에서 할지 몰라도 시즌 때는 사직에 있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절실했다. 굳은살 위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스윙했다. 당시 황성빈은 “누군가 ‘네가 왜 성공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이유는 동생들”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동생을 생각하면 시간을 조금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그는 “남동생은 고교 시절까지 함께 야구했는데, 운동하려면 돈도 많이 들지 않나. 힘든 상황에 동생이 나를 위해 꿈을 포기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14일에는 전화기가 뜨거웠다. 황성빈을 찾는 연락이 많았다. 가족도 기뻐했다. 그는 “동생이 담당코치님처럼 지도하더라. 심지어 상대 투수까지 분석해줬다(웃음). ‘구단에서 다 분석해주신다’고 해도 구종까지 설명해준다. 또 ‘뛰는 건 형인데, 눈물은 왜 내가 흘리냐’며 ‘울컥했다’고 하더라”며 “아버지께서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아들 덕분에 이런 감정을 느껴본다. 아버지로서 정말 고맙다’고 하셨다. 내가 더 감사하다. 그날 나로 인해 내 주변사람들이 많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상적 출발이다. 하지만 들뜨지 않는다. 황성빈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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