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더블포스트 구축, 아직은 시기상조?

입력 2019-12-1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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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이대헌-강상재-오리온 이승현-장재석(왼쪽부터). 사진제공|KBL·스포츠동아DB

농구는 종목 특성상 장신 선수가 리바운드와 골밑 득점에서 유리하다. 특히 장신 자원이 부족한 한국 농구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프로농구 각 구단은 안정적인 골밑 득점과 리바운드를 확보하기 위해 외인 선발 시 센터 또는 파워포워드 포지션의 선수를 선택한다. 올 시즌부터는 신장 제한(장신 200㎝ 이하·단신 186㎝ 이하)이 폐지돼 대부분 팀들이 빅맨 보강에 혈안이었다.

이 가운데 인천 전자랜드와 고양 오리온은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 이전, 타 구단과 다른 선택을 했다. 전자랜드는 섀넌 쇼터(30·186㎝), 오리온은 조던 하워드(23·179㎝)를 영입해 외인 한 자리를 단신 가드로 채웠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52)과 오리온 추일승 감독(56)은 국내선수로 더블포스트를 구축하고 외인 가드 한 명을 둬 스피드를 높이고 공간 활용을 하는 농구를 추구하고자 했다.

● 두 손 든 전자랜드, 오리온은?

당초 유 감독은 개막 이전 쇼터가 출전할 경우, 이대헌(27·197㎝)과 강상재(25·200㎝)를 동시 투입해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대헌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결국 유 감독은 리바운드 열세와 수비 매치 업 한계를 이유로 쇼터를 퇴출시키고 골밑 득점이 가능한 트로이 길렌워터(31·197㎝)를 영입했다.

오리온은 이승현(27·197㎝)과 장재석(28·203㎝)으로 포스트를 꾸려나가고 있다. 추 감독은 토종 더블포스트를 놓고 “어려운 부분이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장점도 있다. 외인 센터는 서서하는 부분이 많은데 국내 선수들은 움직임이 좋아서 공간 활용이 잘 될 수 있다. 올 시즌 그런 농구를 하려고 했는데, 이승현이 초반 몸이 좋지 않았던 부분이 컸다. 한번 분위기가 꺾이니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감독의 말대로 결과가 좋지 않다. 오리온은 7승13패, 공동 9위다. 평균 33.6리바운드로 10개 구단 중 리바운드 9위다. 최근 이승현의 경기력이 나이지고 있지만 당장의 반전을 이끌어낼 만한 요소는 아니다.

● 서장훈-현주엽 조합도 성공하지 못한 ‘토종 포스트’

프로농구 역대로 토종 더블포스트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 1998~1999시즌, 1999~2000시즌 청주 SK(현 서울 SK)가 서장훈(207㎝)-현주엽(195㎝·이상 은퇴), 2008~2009시즌 전주 KCC가 서장훈-하승진(221㎝·은퇴)으로 역대급 조합을 맞춘 바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SK는 외인 한 자리를 센터로 두고 현주엽을 스몰포워드로 활용했다. 그마저도 스피드 저하, 매치업의 한계를 느껴 1999~2000시즌 도중 조상현(당시 광주 골드뱅크)과 트레이드 했다. KCC는 서장훈과 하승진을 동시 출전시킬 경우, 스피드 한계를 느껴 둘을 나눠서 출전시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서장훈이 트레이드를 통해 전자랜드로 이적한 바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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