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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권은 혼전 그 자체다. 부산 KT, 울산 현대모비스, 서울 SK, 서울 삼성, 인천 전자랜드 등 무려 5개 팀이 11승11패로 공동 4위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래 시즌 중반 5개 팀이 똑같이 5할 승률을 기록하며 나란히 몰려있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모비스, KT, 전자랜드는 한 주간 각각 물고 물렸다. 15일 전자랜드는 KT를 86-82로 잡았지만, 17일 현대모비스에 74-77로 덜미를 잡혔다. 전자랜드를 꺾은 현대모비스는 20일 KT에 83-87로 패했다. 이처럼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기 연승, 연패를 기록하는 경우도 줄었다. 1위 전주 KCC(14승8패)만이 최근 3연승을 거뒀을 뿐, 모든 팀이 2연승 또는 2연패 안팎에서 승패를 주고받고 있다.
압도적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 없어 선두권에서마저도 저만치 멀리 도망가는 팀 없이 매주 1위가 바뀌고 있는 형편이다. A구단 관계자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팀이 없어서 선두권의 승수가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다. 상위권의 승수가 적으니 밑으로 갈수록 순위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올 시즌은 5할 승률을 기록해도 플레이오프(PO) 진출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5할 승률에도 PO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남자프로농구 역사상 6강 PO 진출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때는 2008~2009시즌이었다. 당시 창원 LG, 전자랜드, 안양 KT&G(현 KGC)가 똑같이 29승25패를 기록했지만, 득실차에서 뒤진 KT&G가 7위로 밀려나며 아쉽게도 PO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시즌 중반임에도 무려 5개 팀이 동률을 이루고 있는 올 시즌에는 2008~2009시즌처럼 상대전적, 득실차로 PO 진출을 가려야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에 대비해 경쟁팀간 맞대결에선 득실까지 고려해가며 경기를 운영해야 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팬들의 ‘직관’ 기회는 줄었지만, 남자프로농구에선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역대급 순위경쟁이 거듭되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