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 선수단. 사진제공ㅣWKBL
베테랑 박혜진(31)을 비롯해 김소니아(27), 김진희(24), 박지현(21) 등은 패배 앞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지현은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러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50)은 비교적 담담했다. 그는 “정규리그 막바지까지 우승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이미 지친 상태였다. 우리 팀은 선수 가용인원도 적어서 체력부담이 너무 컸다.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간다고 해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되짚었다.
비록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지만,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를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다. 위 감독도 “(박)혜진이가 부상에서 돌아올 때는 ‘우승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못가서 (김)정은이가 다쳤다. 그 때 이미 우승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 그 후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는 것에 의미를 뒀다”고 밝혔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편인 위 감독은 시즌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야 비로소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는 “(김)소니아, (김)진희, (박)지현이가 너무 잘했다. 지현이는 더블-더블 시즌을 보냈다. 한두 경기 득점, 리바운드 두 자릿수를 할 수는 있어도 한 시즌 내내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정말 잘했다. 한국여자농구는 선수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젊은 선수들은 아픔을 통해 또 한 뼘 자랄 것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