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엔트리(early entry)’는 어느덧 국내 남자프로농구의 대세가 됐다. 과거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무대에 서는 게 관례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금이라도 일찍 프로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 이 흐름을 주도한 선수는 전주 KCC 송교창(25·200㎝)이다. 삼일상고 3학년이던 2015년 대학 대신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를 택한 그는 꾸준히 기량을 향상시켜 리그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송교창의 성공에 많은 농구 유망주들이 진로를 바꾸고 있다. 프로에서 5년의 경험을 쌓은 그는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FA가 되는 대부분의 선수들과 달리 25세의 젊은 나이에 제대로 된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는다. 얼리 엔트리 붐을 일으킨 트렌드 세터이자 역대 최고의 FA로 기록될 송교창을 스포츠동아 창간특집 인터뷰로 만나봤다.
-올 시즌 두드러진 활약(47경기·15.32점·6.23리바운드·2.19어시스트)을 펼치고 있는데?
“솔직히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진 않다. 시즌 준비할 때 생각한 것 정도만큼 발전하지 못한 것 같다. 수치상으로 따져본다면 내가 생각한 것의 70% 정도 수준인 것 같다.”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루카 돈치치(미국프로농구 댈러스 매버릭스)의 플레이를 즐겨보는 편이다. 매번 돈치치의 플레이에서 감명을 받는다. 뛰는 무대도, 포지션도 다르지만 돈치치처럼 유연하고 영리한 플레이를 하고 싶은데 지금의 나는 그렇지는 않다.”
-그럼 70%는 무슨 의미인가?
“이전에는 파워포워드 수비를 하기에 벅찼는데 지금은 요령이 생겼다. 상대보다 내가 유리한 부분을 이용할 줄도 알게 됐다. 물론 그것도 내가 원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는 마인드가 고졸 송교창의 성공을 이끌어낸 비결이 아닐까?
“하하. 잘 모르겠다. 프로에 처음 왔을 때는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빨리 느꼈던 것 같다. 슛 거리가 짧고 체격이 왜소하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 약점이었다. 특히 현대농구에서 슛이 약하면 경쟁력이 없지 않나. 이 부분을 내 강점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훈련해왔다.”
-어떤 방식인가?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에는 마냥 (훈련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리하게 하는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개인운동을 빼먹지 않고 습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습관인가?
“나는 (이)대성(고양 오리온)이 형이나 (이)관희(창원 LG) 형처럼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미리 정해놓은 개인운동시간은 무조건 한다. 어떤 날은 웨이트, 어떤 날은 슈팅, 어떤 날은 스킬, 이런 식으로 미리 계획해놓는데,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 또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내가 마냥 혼자 하면 그것이 잘되고 있는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는 트레이너, 슈팅이나 스킬 운동을 할 때는 외국인 코치에게 무조건 도움을 받는다. 그래야 잘못된 부분은 빨리 피드백을 받고 수정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이 쌓여 MVP 후보 송교창을 만든 것인가?
“하하. MVP 생각은 안 한다. 일단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 MVP는 그 후에 따라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인 때 정규리그 우승을 했는데, 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보너스를 받아서 마냥 좋았던 것이 전부였다. 주축선수로서 우승을 한다면 기분이 정말 다를 것이다. 물론 우승 보너스도 기대한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 역대 최고의 FA라는 평가도 있다.
“주변에서 너무 많이 얘기해서 더더욱 신경 안 쓰고 있다. 일단 지금은 우승만 바라보고 있다. FA는 시즌을 마친 뒤부터 생각해보겠다.”
-스포츠동아가 창간 13주년을 맞았다. 독자들과 농구팬들에게 인사를 전해달라.
“창간 인터뷰로 농구선수 중 나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 농구에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은 기사를 부탁드린다. 늘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
용인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