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 김태술. 스포츠동아DB
정규리그 막바지 플레이오프(PO) 진출 및 순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하위권으로 처진 DB와 중상위권의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KGC의 맞대결은 농구팬들의 관심을 끌거나 순위판도에 큰 의미가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DB 베테랑 가드 김태술(37·180㎝)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경기였다.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올 시즌 종료 후 DB와 계약이 끝나는 김태술은 정규리그 중반부터 선수생활 연장과 은퇴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지만, 리그에서 몇 안 되는 정통 포인트가드인 그는 여전히 백업 멤버로는 활용가치가 충분하다.
고심 끝에 김태술이 내린 결정은 은퇴였다. 그는 30일 “DB가 아닌 다른 팀에서 뛰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떼며 “우리 팀에는 가드 포지션의 선수들이 많다. 출전 기회가 많은 선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내가 뛰는 5~10분이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는 후배들에게는 정말 귀한 시간이다. 내가 팀과 계약을 연장해서 뛰는 것이 후배들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놓았다.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을 접은 김태술은 지난주 이상범 DB 감독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10일 창원 LG와 홈경기 이후 출전하지 않았던 그는 이 감독에게 28일 KGC전 출전을 요청했다.
KGC는 김태술이 전성기를 보낸 팀이다. 2009년 트레이드를 통해 서울 SK에서 KGC로 이적한 그는 2011~2012시즌 친구인 양희종(37)을 비롯해 오세근(34), 박찬희(34·인천 전자랜드), 이정현(34·전주 KCC) 등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영광을 누린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2013~2014시즌까지 KGC에서 KBL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 감독과 인연을 맺은 것도 바로 KGC에서였다. 김태술은 28일 오래도록 정이 든 KGC를 상대로 12분32초를 뛰면서 2점·5어시스트로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김태술은 코트 밖에서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로 인기가 높다. 28일 KGC전 직후 팀 후배인 허웅(28)은 공식 인터뷰에서 “(김)태술이 형이 계약이 끝나는데 무조건 1년 더 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태술이 형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태술은 “후배들이 좋은 선배로 생각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게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떠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2007~2008시즌 데뷔한 김태술의 정규리그 통산 성적은 520경기에서 평균 7.5점·2.4리바운드·4.5어시스트다. 올 시즌에는 26경기에서 평균 3.4점·1.3리바운드·2.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