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라건아. 스포츠동아DB
리그에서 손꼽히는 골밑 득점원이자 리바운더인 라건아의 가치는 소속팀의 성적을 살펴보면 더 빛난다. 9시즌 동안 그가 속한 팀이 플레이오프(PO)에 오르지 못한 것은 서울 삼성 시절이었던 2017~2018시즌뿐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우승 경험이다. 현대모비스 시절 무려 4차례의 PO 우승, 2차례의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2014~2015, 2017~2018시즌)을 경험했다.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에선 개인통산 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맛봤다.
시즌 개막 직전 당한 부상과 맞물려 정규리그 중반까지 타일러 데이비스(24·208㎝)의 백업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데이비스의 체력이 떨어진 시점부터 라건아는 본연의 메인 센터 역할을 맡았다. 데이비스가 부상을 이유로 팀을 떠난 뒤로는 ‘더블-더블 머신’의 위용도 되찾았다. 그는 정규리그 49경기에서 평균 14.2점·9.1리바운드를 올렸는데, 데이비스 없이 치른 6라운드에선 평균 16.5점·12.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라건아는 “이번 정규리그 우승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시즌 초반 내 역할(백업)이 달라졌다가 다시 많은 롤을 부여받으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막바지에 이전과 같은 경기력을 되찾아 팀의 우승(정규리그)에 기여해 기쁘다”고 밝혔다.
KCC의 통합우승은 전신 대전 현대 시절인 1998~1999시즌이 마지막이다. KCC로 인수된 이후 PO 우승 3회, 정규리그 우승 1회를 차지했지만 통합우승은 없었다. 정규리그 우승의 여세를 몰아 전주 연고지 정착 이후 첫 통합우승을 꿈꾸는 KCC에 라건아의 4차례 PO 우승 경험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10개 구단 외국인선수들 중 라건아보다 KBL 우승 경험이 많은 선수는 없다. KBL에선 그의 존재가 소속팀에는 ‘우승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라건아는 “내게 ‘우승청부사’라는 호칭은 과찬이다. 매사 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송교창, 이정현, 정창영과 같은 좋은 동료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 있다”며 통합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