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팬들의 가세에 결국 백기 든 KBL, 조기 A매치 브레이크 실시

입력 2022-02-16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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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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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들에 이은 선수들의 항의성 문제 제기에 KBL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KBL은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3경기를 연기한다. 17, 18일로 예정된 D리그 3경기도 연기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자프로농구는 조기에 A매치 브레이크에 돌입했다. KBL은 당초 남자농구대표팀의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참가에 따라 18일부터 3월 1일까지 휴식기를 설정해놓고 있었다.

KB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9만 명대로 폭증했고, 선수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진 점 등을 반영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KBL의 이런 설명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달 서울 삼성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부터 KBL의 부실한 방역 매뉴얼과 부족한 상황대처능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KBL은 이를 전혀 개선하지 못했고, 최근 들어선 구단간 전파를 의심할 만한 사례까지 나오는 등 10개 팀 중 9개 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동안 사태를 전혀 수습하지 못했다. 구단과 선수들은 바이러스로 고통 받고 있지만, KBL은 경기 진행을 강요했다. 일부 팀은 직접 KBL 전무이사에게 연락해 경기 연기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15일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원주 DB는 팀 내 확진자가 증가하자 이날 오후 늦게까지 KBL에 16일 예정된 전주 KCC와 홈경기 연기를 요구했지만, KBL은 묵묵부답이었다. 15일 서울 SK전을 치른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경기 종료 직후 5명이 확진 사실을 통보받는 일도 발생했다. 확진자가 경기에 나선 셈이 됐다.

KBL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방침을 바꾼 것은 선수들과 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 따른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구단 관계자들과 언론에서 문제점을 지적해도 크게 의식하지 않던 KBL 수뇌부는 15일 오후부터 허훈(수원 KT), 허웅(DB), 이승현(고양 오리온), 최준용(SK) 등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경기를 강행하는 KBL에 대한 불만과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올리고,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확산되자 부담을 느낀 듯하다.

A매치 휴식기 동안에는 긴급 사무국장회의와 이사회가 열릴 전망이다. 리그의 정상적 진행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들이 있다. 선수단을 비롯한 10개 구단 구성원들과 그 가족들을 코로나19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KBL이 리그를 강행한 이유를 따져 묻는 동시에 그에 따른 수뇌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도 나와야 한다. 수뇌부의 무능력이 문제라면 교체도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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