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생애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 등극이 눈앞에 보였다. 아직 우승 경험이 없는 상대와의 1대1 연장대결. 확률은 반반이었지만 운명의 퍼트 하나가 마지막 희비를 가르고 말았다.
임성재(21·CJ대한통운)가 23일(한국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 컨트리클럽(파72·7248야드)
에서 끝난 2019~2020시즌 PGA 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총상금 660만 달러·약 79억 원)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나란히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세바스티안 무뇨스(26·콜롬비아)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패해 준우승을 기록했다. 생애 첫 우승을 노렸던 안병훈(28·CJ대한통운)도 연장에 가지 못하고 17언더파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 통한의 파 퍼트
16언더파 단독선두 무뇨스에게 4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임성재는 거침없는 버디 행진으로 격차를 줄여나갔다. 1·3·5번 홀 징검다리 버디 이후 7번 홀 보기로 주춤했지만, 8, 9번 홀 연속 버디로 추격을 이어갔다. 무뇨스는 3번 홀에서만 한 타를 줄이며 주춤거렸다. 임성재는 13번 홀 보기로 선두권에서 멀어졌지만 14~16번 홀 연속 버디로 마침내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조의 무뇨스가 15번 홀에서 1타를 잃으면서 단독선두가 됐다.
남은 두 홀을 파로 막은 임성재로선 우승이 저만치 있었다. 그러나 무뇨스는 파4 18번 홀에서 4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전에 두 선수는 똑같이 2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임성재의 라이가 조금 더 나빴다. 러프에서 친 2번째 아이언 샷이 플라이어샷이 되면서 공이 그린을 훌쩍 넘겨 관중석 펜스 앞에서 떨어졌다. 무뇨스는 핀 공략이 수월한 오른쪽 러프에서 세 번째 샷을 준비했다.
이어진 칩샷 대결. 두 명 모두 그린에 공을 올렸지만 컵 1m 옆으로 붙인 무뇨스가 유리했다. 무벌타 드롭을 하고 어프로치를 잡은 임성재는 홀 2m 옆에서 멈춰 섰다. 현지방송은 임성재의 칩샷 때 “Really not bad(잘 쳤다)”, 무뇨스 때는 “Good, good(좋아)”을 반복했다. 그리고 찾아온 운명의 파 퍼트. 임성재의 퍼트는 경사면을 타고 컵 왼쪽으로 흘렀다. 현지방송은 “Oh, break my gosh(아, 경사)”라고 외쳤다. 임성재는 결국 보기로 홀 아웃했다. 반면 무뇨스는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시키고 2016~2017시즌 데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11만8000달러(13억3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71만9400달러(8억5000만 원)다.
● 첫 승은 다음 기회로
2018~2019시즌 아시아인 최초의 신인왕으로 등극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낸 임성재에겐 유일한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우승 경험이다. 동기생 콜린 모리카와(22)와 매튜 울프(20), 카메론 챔프(24), 아담 롱(31·이상 미국)이 모두 1승씩을 달성했지만 임성재는 몇 차례 우승 기회를 놓쳤다. 이번 대회에서의 준우승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