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빛 DNA’ 물려받은 캐서린 박의 꿈

입력 2019-10-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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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박(가운데)이 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아버지 박경호 씨(오른쪽), 어머니 서향순 씨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유도 金+양궁 金 부부의 막내딸 캐서린 박
4월 미국 박세리 대회 우승으로 이름 알려
하나금융 챔피언십그룹 통해 첫 프로 경험


이보다 더 완벽한 ‘스포츠 DNA’가 있을까. 한국 유도와 양궁에서 한 획을 그었던 부모님 그리고 각각 프로 골프선수와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언니와 오빠를 둔 ‘유망주 골퍼’ 캐서린 박(15·한국명 박성윤)을 만나고서 처음 떠올린 질문이었다.

아직 국내 골프팬들에게는 이름이 익숙지 않은 캐서린은 누구보다 튼튼한 스포츠 유전자를 지닌 15살 소녀다. 우선 핏줄을 물려준 부모님의 면면이 대단하다. 아버지는 1986아시안게임 유도 86㎏급 금메달리스트인 박경호(56), 어머니는 1984LA올림픽에서 한국 양궁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품은 서향순(52)으로 각 종목에서 레전드로 통하는 인물이다.

언니 박성민(28)과 오빠 박성대(25) 역시 각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KBO리그 SK 와이번스에서 최근까지 선수로 뛰었다.

골프 입문 후 첫 번째 프로 무대를 앞둔 캐서린을 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만났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개막을 이틀 남겨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던 캐서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클럽을 잡은 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디어 프로 선배들과 필드를 밟게 됐다. 조금은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렌다”고 수줍게 말했다.

캐서린 박이 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캐서린은 2004년 박경호-서향순 부부의 늦둥이 딸로 태어났다. 둘은 선수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1984LA올림픽을 함께 준비하면서 사랑을 꽃 피웠고, 1990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서향순 씨는 “결혼 후 청주에서 개인 사업을 하다가 주변의 권유로 영어 공부도 하고 후학 양성도 할 겸 이민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민을 준비하면서 막내딸을 임신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미국으로 건너간 2004년 캐서린을 낳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캐서린은 앞서 골프를 하던 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클럽을 잡았다. 또래들보다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단단한 체구를 앞세워 자신만의 장점을 발전시켜갔다.

캐서린은 “처음에는 골프가 어려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빠져들었다. 이제는 드라이버로 평균 270야드, 7번 아이언으로 170야드를 보낸다”고 자랑했다.

박경호-서향순 부부는 사실 자식들을 운동선수로 키울 생각이 없었다. 어릴 적 선수 생활을 시작해 국가대표를 지내기까지의 힘든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이민 직후 현지 적응을 잘하자 못하는 자녀들을 위해 스포츠클럽 가입을 택했다. 특별한 유전자 덕분일까. 삼남매는 각자가 원하는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기특하게 성장했다.

박경호 씨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원래 자녀들만큼은 절대 운동선수로 키우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찌 하다보니 캐서린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골프 대디가 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캐서린 박(오른쪽)이 4월 열린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박세리 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우상인 박세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AJGA


캐서린은 4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박세리 주니어챔피언십에서 정상을 밟으면서 성장 가능성을 알렸다. 이 대회 우승 부상으로 3일 개막하는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출전권까지 얻었다.

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달 말 입국해 시차 적응을 마친 캐서린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코스를 공략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또 숏게임 측면 역시 채워야할 점이 많다”면서도 “처음으로 한국 골프팬들께 인사를 드리는 자리인 만큼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골프만큼 공부에도 흥미가 많다는 캐서린은 인터뷰 말미 또 하나의 포부를 내비쳤다. 우상인 박세리(42)와 타이거 우즈(44·미국)처럼 선수로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더 큰 꿈을 펼치고 싶다는 각오였다.

곁을 지키던 서향순 씨는 “미국에선 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할 수 없다. 다행히 막내딸이 공부에도 조금은 흥미를 느껴 운동을 마친 뒤 책을 놓지 않는다.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공부를 할 때가 있다”고 웃었다.

캐서린은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해서 경영학을 배우고 싶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내가 골프와 공부를 모두 놓칠 수 없는 이유다. 훗날 박세리 감독님이나 타이거 우즈와 같은 전설처럼 은퇴 후 내 이름이 걸린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고 또래답지 않은 꿈을 그렸다.

인천|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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