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의 82승이 주는 인생의 교훈들

입력 2019-10-28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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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 세계 골프팬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순간이 마침내 찾아왔다.

타이거 우즈(43·미국)의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82승이 현실로 다가왔다. 전설적인 골퍼 샘 스니드(미국)의 82승은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경기 장면을 라이브로 본 적도 없다. 그저 숫자상의 의미다. 반면 타이거 우즈의 82승은 차원이 다르다. 매스미디어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우즈의 대기록 돌파여부는 골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졌다. 동시대를 사는 전 세계의 골퍼들이 고대하고 지켜봤기에 임팩트가 더 크다. PGA 투어생활 23년 만에 작성한 82승째가 주는 인생의 교훈은 많았다.

● 출발이 나쁘다고 실망하지 말라

우즈는 조조 챔피언십 첫 라운드를 10번 홀에서 시작했다. 대회의 첫 번째 티샷은 물로 향했다. 보기를 기록했다. 다음 홀도 보기, 12번 홀도 보기였다. 프로선수가 대회 첫 출발 3개 홀을 연속보기로 시작할 확률은 많지 않다. 더구나 천하의 타이거 우즈다. 그의 선수생활 기록에서도 손꼽을만한 최악의 시작이었다. 보통의 선수라면 나쁜 출발에 실망하고 좌절한 나머지 더 힘든 상황으로 빠질 만도 했지만 우즈는 달랐다. 버텼다. 세월이 주는 지혜였을 것이다.

우즈는 14~16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하며 3개의 보기를 지워버렸다. 결국 1라운드 9개의 버디로 64타를 마크했다. 그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3개의 보기로 시작했지만 우승까지 차지한 첫 역사를 썼다.

● 비거리와 힘이 아닌 유연성과 정교함

한창 때의 우즈는 경쟁자와는 차원이 다른 골프를 했다. 엄청난 비거리로 동반자들을 압도했다. 빼어난 피지컬을 가졌고 꾸준하게 몸을 단련했다. 골프와 웨이트 트레이닝은 별개라고 생각했던 시절, 우즈는 파워골프의 선구자였다.

탄탄한 체구에서 나오는 정확한 샷 덕분에 항상 경쟁자보다 20야드는 앞서가며 플레이를 했다. 그가 최종라운드에서 앞서던 경기를 역전패 당했던 것은 2009년 PGA챔피언십이 처음이었다. 그 상대가 바로 양용은이었다.

항상 남보다 앞선 자리에서 골프를 해왔던 우즈였지만 세상은 변했다. 이제 파워골프는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PGA투어는 우즈보다 크고 강한 젊은 선수들이 속속 들어왔다. 장비도 발달했다. 모든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더 강한 코어근육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흘러가는 세월을 버티는 사람은 없다. 우즈도 차츰 나이를 먹었다. 이제는 젊은 선수들과 힘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지혜와 정확성, 그리고 부드러움이다. 우즈는 조조챔피언십에서 안정적인 아이언 샷을 자랑했다. 힘과 정확성이 필요한 티샷의 정확도는 46%~69%~69%~77%로 공동 7위(4라운드 합계 65%)였다. 정확한 아이언 샷이 요구되는 그린적중률은 83%~67%~83%~72%로 공동 3위(4라운드 합계 76%)였다. 우승경쟁을 벌인 비결이다. 힘이 필요하지 않은 퍼트는 경험과 창의력 집중력을 요구한다. 우즈는 퍼트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그린 적중시 퍼트 수는 4라운드 합계 1.618개로 1위(1.533~1.583~1.733~1.615개)였다. 골프는 홀 컵에 공을 넣어야 끝나는 경기였고 우즈는 여기에서 잘했다.

● 우즈는 팬과 모든 이에게 감사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외롭게 정상을 지켜오던 우즈는 한동안 방황했다. 가정사도 복잡했다. 치명적인 스캔들로 자신과 주변이 상처를 받았다. 그렇게 해서 사라지는 스타들도 많았지만 우즈는 다시 그린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십에서 감동을 주는 우승으로 부활을 알렸고 이번에 대망의 82승을 달성했다. 우승 뒤 시상식에서 우즈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했다. “1996년 PGA투어에 들어온 이후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팬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팬이 없으면 정말 안 된다. PGA투어 멤버들을 대신해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우즈는 나 혼자 잘났다고 하지 않았다. 스타들이 빛나도록 도와주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경쟁자, 팬들의 성원을 감사할 줄 알았다. 마침내 우즈는 골프의 신이 아니라 골프를 사랑하고 잘 치는 인간이 됐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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