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경준이 전한 울림 “이 시대 마이너들에게 희망을”

입력 2019-11-07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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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골프 인생을 살아온 문경준이 3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성남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저는 엘리트 출신도, 데뷔 때부터 주목받던 신예도 아니었습니다.”

문경준(37·휴셈)과의 인터뷰는 절절한 자기고백으로부터 시작됐다. 남들과는 달랐던 출발과 예기치 않게 찾아온 마음의 병 그리고 첫 우승까지의 험난했던 과정까지. 무엇 하나 쉽지 않았던 골프 인생이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마이너’는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제네시스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문경준을 3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7년 데뷔 후 처음으로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문경준은 “이번 수상은 내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지만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도 큰 희망이 되리라고 믿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마이너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줬으면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 테니스채를 클럽으로 바꾸기까지

문경준은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시작은 골프가 아닌 테니스였다. 어릴 적 테니스 선수로 뛰며 인천 지역 대표까지 지낸 문경준은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꿈을 접었다.

“테니스를 그만둔 뒤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아봤다. 두세 달 정도 배우면서 흥미도 조금 느꼈지만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계속해서 골프를 하기는 힘이 들었다. 그래서 아버지께 ‘저를 골프 시키실 돈으로 학비를 대주시면 공부로 대학을 가보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부랴부랴 책을 잡게 됐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문경준은 교과를 곧잘 쫓아갔고, 경기대 체육학과를 특기자 신분이 아닌 일반 수험생 신분으로 들어가게 됐다. 수석 합격. 입학증을 받기 위해 찾은 경비실에서 수석 합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문경준은 대학교에서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골프 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당시 지도교수님께서 나를 눈여겨보셨다.
이어 ‘본격적으로 골프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를 받아들여 연습생 신분으로 한 골프장을 들어가게 됐다.”

굴곡진 골프 인생을 살아온 문경준이 3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자신의 골프공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성남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연습생에서 프로 데뷔까지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택한 문경준은 이후 여러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프로골퍼로서의 꿈을 키웠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일반 내장객들의 골프백을 올리고 내리는 일부터 현장 캐디와 진행 마샬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월급은 30만 원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나머지 월급을 연습량으로 채우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새벽 4시 기상해 드라이빙 레인지로 출근해 손이 부르틀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틈날 때마다 실력을 키운 문경준은 2006년 프로 테스트를 통과한 뒤 이듬해 그토록 그리던 코리안 투어로 올라섰다. 골프 입문부터 프로 데뷔까지 걸린 시간은 5년뿐. 너무나 짧은 기간을 쉼 없이 달려온 탓일까.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2008년으로 기억한다. 그때 몇몇 대회에서 초반 선두를 달렸다. 60대 타수를 기록한 대회도 많았다. 그런데 꼭 셋째 날이나 마지막 날 고꾸라졌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갈수록 마음이 복잡해지더라. 그러더니 종종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경우가 잦아졌다. 공황장애였다. 결국 안정제나 우황청심환 없이는 대회를 뛸 수 없는 지경까지 심해지고 말았다.”

굴곡진 골프 인생을 살아온 문경준이 3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자신의 골프공과 입을 맞추고 있다. 성남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문경준이 전하는 메시지

예기치 않은 마음의 병으로 고생한 문경준은 2010년 군 입대를 통해 잠시 쉬어갔다. 틈틈이 명상을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병을 치유했고, 2012년 코리안 투어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마침내 생애 첫 우승 감격을 맛봤다.

“돌이켜보면 운이 참 좋았다. 내가 입대를 하는 시점부터 군 복무자에게 시드를 유예해주는 제도가 생겨 큰 문제없이 복귀할 수 있었다. 규정이 바뀌지 않았다면 투어 복귀도, 첫 우승도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문경준은 올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와 평균타수 1위를 차지하고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단 한 차례의 컷 탈락 없는 꾸준한 레이스를 보냈다. 올해 나이 서른일곱. 후배들과 경쟁에서 당당히 정상으로 올라선 문경준의 메시지가 적지 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사실 저는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습니다. 데뷔 때는 주목받던 신예도 아니었죠. 연습생 출신으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달려오니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분야에든 저와 같은 처지의 분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마이너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성남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문경준은?
▲생년월일=1982년 8월 26일 ▲신체조건=신장 182㎝·체중 80㎏ ▲출신교=간석초~구월중~대건고~경기대 ▲후원사=휴셈 ▲프로 데뷔=2007년 ▲주요 경력=2014년 신한동해오픈 준우승 및 군산CC오픈 준우승,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2017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준우승, 2019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준우승 ▲수상 경력=2019년 KPGA 코리안 투어 제네시스 대상 ▲2019년 주요 기록=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4126점), 상금 7위(약 3억3356만 원), 평균타수 1위(70.179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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