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골프 재미’ 느꼈다고 털어놓은 이정은6

입력 2020-05-28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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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6. 스포츠동아DB

이제 ‘핫식스’의 골프가 더 뜨거워질 듯 하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0위 이정은6(24·대방건설)은 28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8회 E1 채리티 오픈’ 1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67타를 기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보기를 2개 범했지만 버디를 7개나 잡으며 스스로의 표현대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했던 이정은은 2주 전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9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15위에 그쳤다.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4라운드에서만 무려 8타를 줄이며 실전 감각이 차츰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고, E1 채리티 오픈 1라운드를 통해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올라섰음을 증명했다.

“지난 대회 때 샷 감각이 좋지 않아 1라운드 때부터 그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3라운드 마치고 연습 때 그 이유를 알게 됐다”며 “앞으로 계속 이 같은 감을 유지한다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마디 곁들였다.

“예전엔 골프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이었지만, 여기에는 사연이 담겨있다. 이미 알려진대로, ‘효녀’ 이정은은 어렸을 때 ‘생계’를 위해 골프를 쳤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겪는 등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벌이를 위해 ‘레슨 프로’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골프를 시작했고, 현재 자리에 올랐다.

이정은은 “난 어려서부터 내가 원해서 골프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LPGA 투어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스물네살 이정은’은 모처럼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친구들과 ‘명랑골프’를 치면서 골프가 정말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렇게 재미있는 줄 처음 알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코로나19로 몇 달간 대회가 열리지 못하다 이제 다시 하게 되니 그런 부분도 더 즐겁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도 했다.

스스로 재미를 느껴 시작한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시작한 골프. 그린을 누비고 세계 정상에 서면서도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얻은 여유를 통해 뒤늦게 골프의 재미를 느낀 셈이다. 핫식스 이정은의 골프가 더 무서워질 것이라고 기대되는 이유다.

이천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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