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 채리티 오픈 준우승 유해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0-06-0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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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란. 스포츠동아DB

프로 5년 차 베테랑과 피 말리는 우승 경쟁을 벌이면서도 결코 위축되지 않았다. 루키답지 않게 두둑한 배짱이 돋보였다. 한 대회 ‘반짝’했다고 들뜬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4~7일·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유해란(19·SK네트웍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나선 지난해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던 그는 5월 31일 끝난 ‘제8회 E1 채리티 오픈’에서 이소영(23·롯데)에 이어 2타 뒤진 단독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국내 개막전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46위에 랭크된 뒤 두 번째 대회 만에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강력한 신인상 후보임을 입증했다. 2020 시즌 신인상 포인트 313점으로 현재 1위.

31일 최종라운드 첫 홀부터 내내 계속된 이소영과의 우승 경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13번 홀 벙커샷이었다. 이벤트 홀로 마련된 234m짜리 파4 홀에서 벙커샷을 그림 같은 샷 이글로 연결했다.

3라운드 같은 홀에서도 이글을 기록했던 그는 2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뒤 이틀 연속 이글을 한 적은 있어도 이틀 연속 한 홀에서 이글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핀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위치였지만 자신있게 치자고 마음먹었고, 운이 좋았다”고 되돌아봤다.

짧은 퍼트가 수차례 홀을 살짝 지나치며 아쉬움도 남겼다. 그 중 한 두 개만 들어갔어도 운명이 바뀔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해란은 “퍼팅이 잘 안 된 게 아니라, 잘 안 들어갔을 뿐”이라며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내 뜻대로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히려 “2위에 충분히 만족한다. 이제 시즌 초반인데 생각보다 빨리 좋은 성적이 나와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할 뿐”이라고 했다. 경험 많은 이소영과의 승부에 대해서도 “부담은 없었다”며 “원래 언니는 워낙 잘 하는 선수라 배우자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칠 수 있을지 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 중에는 좋은 성적을 거둔 뒤 다음 대회에서 성적이 고꾸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해란이 “난 아직 신인”이라며 “우승도 좋지만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 올해부터 ‘우승 제조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베테랑 최희창 캐디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그는 “게임을 할 때 유일한 내 편이 캐디”라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소개한 뒤 “지난해를 돌아보면 급하게 하면서 후회한 부분이 많았다. 올해는 후회를 남기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생애 한번뿐인 신인왕, 욕심이 없을 수 없다. “신인상을 타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아직은 시즌 초반일 뿐이다. 좋은 경쟁자도 많지만, 나에게도 기회가 많으니 우선 내 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다음 칸타타 오픈에서 1차적으로 예선 통과를 목표에 두겠다. 좋은 성적이 나오면 톱10에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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