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오버파 박찬호, “오늘은 5회 투아웃 잡고 강판”

입력 2021-04-29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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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PGA 제공

역시 정규투어의 벽은 높았다. 그래도 유쾌한 미소만큼은 잃지 않았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코리안특급’ 박찬호(48)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출전해 쟁쟁한 프로 선수들과 실력을 겨뤘다. 결과는 ‘예상대로’ 최하위권. “역시 골프는 막내딸처럼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존재”라는 그는 “2라운드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29일 전북 군산시에 있는 군산CC 리드·레이크코스(파71)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 ‘KPGA 군산CC 오픈(총상금 5억 원)’ 1라운드에서 1부투어 프로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경기를 치러 버디 1개와 보기 8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묶어 12오버파 83타를 쳤다. 156명 출전선수 중 중도 기권한 세 명을 제외하면 그보다 스코어가 좋지 않은 선수는 딱 1명 뿐. 1라운드 순위는 152위다.


아마추어 선수의 추천 조건 중 하나인 공인 핸디캡 3 이하를 충족해 KPGA의 추천을 받아 이번 대회에 나선 그는 바람이 많이 부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했다. 전반 9개 홀에서 3타 밖에 잃지 않았지만, 후반에 9타를 잃은 게 아쉬웠다. 티샷 실수가 잦았고, 퍼트수가 41개나 됐지만 종종 날카로운 샷감을 과시해 주변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장타’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는 4번(파4) 홀에서 티샷을 292m 날려 보냈고, 9번(파5) 홀에서는 티샷 미스 후에도 멋진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마지막 18번(파4) 홀에선 7m 거리의 중거리 퍼트를 홀컵에 빠뜨리며 자신의 유일한 버디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함께 플레이한 통산 7승(코리안투어 3승, 일본투어 4승)의 주인공 김형성(41)이 전반 홀을 마친 뒤 “장난 아니다. 숏게임도 잘 한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아마추어로선 수준급 실력임을 입증했다.

사진 | 뉴시스



박찬호의 군산CC 오픈 출전이 코리안투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KPGA의 전략적 판단은 적중했다. 이날 군산CC에는 유례없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미디어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박찬호는 “허인회 프로 등 여러 선수들이 ‘형님이 출전하는 게 투어 발전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말해 용기를 냈지만, 함께 플레이하는 선수들에게 방해가 될까 걱정도 많이 했다”면서 “연습을 그렇게 (많이) 해 놓고 이렇게 플레이해 약이 오른다”며 웃었다.

“오늘 내 골프를 야구에 빗대어 돌아보면 안타도 많이 맞고, 볼넷도 많이 주고, 네다섯 점 실점한 뒤 5회 투아웃에 강판한 정도”라며 “그래도 9번 홀에서 파를 지키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기분좋은 버디를 했으니 (지고 있는 상태에서 강판됐는데) 타자들이 잘 쳐서 팀은 이기고 패전은 면한 것 같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KPGA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매일 대회에 나오라고 해도 나올 것”이라며 골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내비친 그는 “오늘은 12오버를 쳤으니, 내일은 10오버만 치고 싶다”고 덧붙인 뒤 “골프에 대한 도전은 계속 이어가겠지만, 야구 쪽으로 가야 한다. 빨리 가고 싶다”며 주종목인 야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겠다는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군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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