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재’ 김효주, 5년 4개월 만에 감격적인 LPGA 투어 우승…통산 4승

입력 2021-05-02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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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사진제공|KLPGA

김효주(26)가 18번(파4) 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합계 17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냈을 때, 챔피언 조의 한나 그린(호주)은 16번(파5) 홀에서 버디 퍼트를 앞두고 있었다. 짧지 않은 거리의 퍼트가 홀컵에 떨어졌고, 그린은 18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버디 8개로 그야말로 ‘신들린’ 샷 감각을 뽐냈던 김효주의 우승은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김효주 편이었다. 그린은 17번(파3) 홀에서 보기에 그쳤고, 18번(파4) 홀에서 세컨 샷 미스를 한 뒤 재차 보기로 뒷걸음질을 쳤다.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며 결과를 기다리던 김효주는 동료들의 ‘샴페인 세례’를 즐기며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김효주가 5년 4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4승에 성공했다. 2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60만 달러·17억7000만 원)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로 8타를 줄여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그린(16언더파)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24만 달러(2억7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시즌 2승과 통산 22승을 노렸던 박인비(33)는 공동 3위에 자리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 린시위(중국)에 5타 뒤진 9언더파 공동 8위였던 김효주의 역전 우승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섭씨 35도를 훌쩍 넘는 폭염 탓에 얼굴 전체를 복면으로 가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나선 김효주는 ‘외계인마냥’ 홀로 압도적 활약을 펼쳤다. 15번(파3) 홀까지 8타를 줄이며 단독 1위로 치고 나갔고, 14번(파4) 홀에서 행운의 샷 이글을 기록한 챔피언조의 그린을 결국 1타 차로 따돌렸다.

10대 때부터 우승을 밥 먹듯 해 ‘골프 천재’로 불렸던 김효주는 19살이던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LPGA 투어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2015년 JTBC 파운더스컵에 이어 2016년 1윌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통산 3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오랜 시간 우승과 인연을 쌓지 못했고,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며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등 5관왕으로 부활했다. 결국 이를 밑바탕 삼아 LPGA 투어에서 5년 4개월 만에 정상을 밟으며 ‘골프 천재’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음을 예고했다.

“햇빛 알레르기 때문”이라며 복면을 쓴 이유를 설명한 김효주는 “연장전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배가 고파 음식을 먹고 준비하려고 했다”며 “올해 목표는 우승이었다.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뛰며 갈고 닦은 기술로 LPGA 투어에서도 적응하고 싶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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