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감독의 관중석 지휘는 바람직한가

입력 2020-05-26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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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전경준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K리그의 화젯거리 중 하나는 전남 드래곤즈 전경준 감독(47)의 ‘관중석 지휘’다. 그는 경기가 시작되면 당연히 가야할 벤치 대신 관중석으로 향한다. 원정으로 치른 K리그2(2부) 경남FC와 개막전부터 그랬다. 처음엔 상대 정보가 없어 전반만 관중석에서 볼 생각이었지만, 벤치에서 볼 수 없는 상대의 전술변화를 확인하고는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이런 흐름은 3라운드까지 이어졌다.

작전은 벤치의 코치와 무선으로 연락하며 내린다. 지금까지는 효과를 봤다. 전남은 3경기 연속 무패(1승2무)다. 또 유일하게 무실점이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 허점을 메우는데 도움이 된 듯하다. 전 감독 스스로도 만족해한다. 그는 “벤치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관중석에서 보고 있다. 코치진과 연락해 바로바로 수정한 게 도움이 컸다”고 했다.

이런 풍경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FA컵에서 부천SK 조윤환 감독이 관중석에 올라 무전기로 지휘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크게 화제가 된 건 경남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대표)이다. 2008년 5월4일 대전시티즌과 원정경기에 나선 조 감독은 관중석으로 갔다. 이전 라운드에서 심판판정에 항의해 5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탓이다. 오랜 라이벌인 대전 김호 감독과의 맞대결이자 김 감독의 200승 달성여부가 걸려 있어 특히 주목을 받았는데, 기쁨은 관중석에 있던 조 감독이 누렸다.

이듬해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현 인도네시아대표팀 감독)도 무전기를 쥐었다. 11월22일 열린 인천과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심판진에 항의하다 퇴장 당한 그는 후반전부터 관중석에 앉았다. 이후 전남과 준PO, 포항과 PO에서도 관중석 지휘로 승승장구하며 ‘무전기 매직’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2010년 조광래 감독이 다시 등장한다. 그는 4월25일 서울과 홈경기를 앞두고 출장정지를 당했다. 처음에는 본부석으로 갔다가 후반에는 관중석 아래까지 내려가 육성으로 지시했다. 1-0으로 이겨 경남이 창단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오른 뒤 조 감독은 “무전기를 사용하니 소통이 잘 안됐고, 전화기를 쓰자니 너무 느려서 아예 벤치에서 제일 가까운 자리까지 내려와서 지시를 했다”며 숨 가빴던 상황을 전했다.

당시 관중석 지휘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징계 받고 자숙해야할 감독이 무전기로 작전을 내리는 게 온당하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규정에는 출장정지 감독에 대한 ‘경기 관여 금지’ 조항이 없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문을 보내 ‘징계 중인 코칭스태프가 무전기로 작전 지시를 할 수 있느냐’고 질의했고, FIFA는 ‘퇴장을 당한 지도자는 관중의 관전이나 경기의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무전기 등 무선 통신기기의 사용도 금지한다. 출전정지 징계는 경기와 관련된 모든 행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이후 연맹은 ‘출장정지 제재중이거나 경기 중 퇴장 조치된 코칭스태프는 경기 중 어떠한 지도(지시)행위를 할 수 없고, 관중석(지정석에 한함), 선수대기실, 공식기자회견장을 제외한 지역에 대해 출입이 통제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FIFA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부터 벤치 내 코칭스태프와 벤치 바깥의 스태프가 소형 전자기기(헤드셋, 노트북, 태블릿PC 등)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에 K리그도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을 만들었다. 또 올해부터 ‘제재 중인 지도자는 전자장비 사용을 포함한 어떠한 지도행위도 불가하다’는 규정을 명시했다.

다시 전경준 감독으로 돌아가 보자. 전 감독은 징계를 받은 상황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관중석으로 향했다. 따라서 규정 위반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결정은 존중받아야한다. 하지만 ‘감독의 관중석 지휘는 바람직한가’라는 문제제기는 가능하다. 팀을 대표하는 감독이 있어야할 곳은 마땅히 벤치다. 전력분석 등은 전문 코치에게 맡겨도 된다. 감독은 벤치에서 선수단 전체를 다독이면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감독의 존재감은 벤치에서 빛이 난다. 관중석 지휘가 일회성 얘깃거리는 될 수 있지만 그걸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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