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선수들이 바라본 김남일 감독은?

입력 2020-06-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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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김남일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FC 김남일 감독(43)은 선수시절 상대 주축 선수를 꽁꽁 묶는 터프하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진공청소기’다.

성남에는 선수시절 김 감독의 이 같은 스타일이 많이 배어있다. 성남 선수들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 위에서 근성 있는 플레이를 펼쳐 상대를 봉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까지 2승2무(승점 8)로 3위에 올라있다.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골만 내줬다. 성남을 만나는 팀마다 끈끈한 수비조직력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축구 스타일 또는 플레이로 드러나는 김 감독의 이미지는 확실하다.

지난해 12월 성남이 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을 때 선수단은 술렁였다. 선수들 역시 김 감독의 터프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더욱이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로 일할 당시 선수들의 단단하지 못한 마음가짐을 꼬집으며 “마음 같아서는 ‘빠따’라도 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들을 장악하는 스타일의 지도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몇몇 선수들은 김 감독이 코치로 재직했던 전남 드래곤즈 선수들에게 연락해 어떤 스타일인지 물었다.

성남 주장 서보민(30)은 “김 감독님이 우리 팀에 오신다는 말을 듣고 선수들 모두 카리스마 강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런데 전남 선수들의 말은 달랐다. 너무 다정하고 선수들의 말에 귀를 잘 기울여주신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도 좀처럼 믿어지진 않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남 선수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부드러운 남자’였다. 1월 태국 전지훈련 때 포메이션의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잘 따라주지 못하는 와중에도 좀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김 감독의 든든한 신뢰를 얻고 있는 미드필더 홍시후(19)는 “처음에는 감독님의 이미지 때문에 무서웠다. 하지만 부드럽고 선수들을 잘 챙겨주신다. 내가 막내여서 그런지 실수를 해도 혼내지 않으신다”고 설명했다.

서보민은 “훈련 중에 흔히 나올 수 있는 욕도 아예 안 하신다. 선수들이 다 있을 때 특정 선수의 실수를 나무라는 일도 없다. 우리를 위한 배려라는 것을 선수들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은 재활훈련 중에 감독님과 마주쳤다. 감독님이 ‘나는 급해도 너는 급하면 안 된다’고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주셨다. 말 한마디에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는 분이다. 빨리 복귀해서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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