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모스크바리포트]퍼거슨“미안해지성”…그래도우린아쉬워

입력 2008-05-2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맨유와 첼시간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킥오프 1시간전, 루즈니키 스타디움의 프레스센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선발 명단이 공식 발표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박지성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을 뿐아니라 설상가상으로 18명의 최종 엔트리에서 조차 빠진 것을 확인한 한국기자들은 기대감이 순식간에 허탈감으로 변해버렸다. 전날 훈련에서 약간 몸이 무거워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엔트리조차 들지 못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왜 빠졌는 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물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최종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최근 챔피언스리그에 4경기 연속 풀타임 출장하며 신임을 얻은 상황을 감안하면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특히, 박지성 자리에 라이벌로 여겨졌던 긱스나 나니가 아니라 평소 중앙 미드필더로 뛰던 하그리브스가 투입된 데 대해 모두들 의아해했다. 감기, 식중독이나 몸살, 부상 등등 갖가지 억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경기 후 박지성이 스스로 “몸상태는 좋았다”고 밝혀 억측은 사라졌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퍼거슨은 경기 전 직접 해명에 나섰다. 퍼거슨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힘든 결정이었다. 박지성은 올 시즌 팀을 위해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 결승에 뛸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승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퍼거슨은 또한 “최근 하그리브스의 몸 상태가 상당히 좋았다. 현재 그의 컨디션은 최고”라며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하그리브스를 박지성의 결장과 연결했다. 퍼거슨은 박지성에게 직접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이미 예견된 측면도 있다. 퍼거슨은 경기 하루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몇몇 훌륭한 선수가 아마도 빠질 가능성이 있다(Some very good players are going to be left out)”라는 미묘한 뉘앙스를 풍겼는데, 이는 박지성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맨유가 우승한 마당에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겠지만, 박지성이 없어 맨유의 윙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은 점이나,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이라면 박지성 같이 체력이 좋은 선수가 필요했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박지성의 결장은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