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황의조의 데뷔골과 감독의 배려

입력 2019-08-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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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무대 데뷔 3경기 만인 25일(한국시간) 디종전에서 결승골로 신고식을 한 황의조(보르도·왼쪽)는 감독의 배려 속에 제자리를 찾고 있다. 파울로 소사 감독(오른쪽)은 황의조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사진출처|보르도 홈페이지

해외진출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언어 문제다. 외국어 정복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눈물겨운 도전이다. 의사소통에 애를 먹으면 적응도 쉽지 않다. 우선 팀 전술 이해도가 떨어진다.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경기도 잘 풀린다. 동료와의 친분 쌓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래도 말이 잘 통할 때 더 가까워진다. 손흥민(토트넘)이나 이강인(발렌시아)처럼 어린 나이에 외국생활을 시작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이 언어 때문에 고민이 많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지롱댕 보르도(프랑스 1부리그) 유니폼을 입은 황의조(27)도 마찬가지다. 가족 덕분에 먹을거리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어한다. 특히 그곳에선 경기장에 통역을 대동할 수 없다. 모든 소통을 스스로 해결해야한다. 때문에 보르도의 파울로 소사 감독은 프랑스어로 전술을 설명한 뒤 황의조를 따로 불러 간단한 영어로 얘기하거나 그림을 그려가며 이해시킨다고 에이전트 이영중 이반스포츠 사장이 전했다.

사실 프랑스리그는 한국선수가 적응하기 까다로운 무대다. 이 사장은 “경기 템포가 엄청 빠르다. 아프리카 출신들이 대부분인데, 체격과 체력이 좋은 선수들이 빠르기까지 하다. 처음에 (황)의조가 이런 템포를 맞추기 힘들어했다. 또 대부분 팀들이 전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상위권 몇 팀을 제외하면 수준 높은 압박이나 전술적인 경기흐름이 부족하다. 이는 적응이 덜 된 황의조가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요인이기도 하다.

다행히 황의조는 3경기 만에 웃었다. 그는 25일 디종FCO와 3라운드 원정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시즌 첫 승(2-0)을 이끌었다. “(황)의조가 데뷔골 넣고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이 사장도 웃었다. 데뷔골 타이밍도 절묘했다. 앞선 2경기서 1무1패로 부진해 팀 분위기가 어두웠다. 이 사장은 “3차전에서도 안 좋았다면 감독에 대한 이런 저런 비판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사장은 ‘감독 배려’를 여러 차례 얘기했다. 그는 “감독이 신경을 많이 써준다”며 고마워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연속으로 선발로 내세운 건 감독이 황의조의 능력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황의조의 볼 컨트롤이나 패스, 슈팅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적응만 되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감독은 동료의 도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를 쓴다. 황의조가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타이밍이나 앞으로 나와서 볼을 받는 동작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팀 동료들을 이해시킨다. 이 사장은 “고마운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이 아무리 좋아해도 선수가 골을 못 넣으면 불편해진다. (황)의조 때문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3경기 만에 믿음에 부응한 것은 다행이다”고 했다.

이 사장은 팀 적응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4차전에서는 골은 물론이고 팀 전술에 더 많이 녹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다음 달 1일 리옹과 원정경기를 통해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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