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또 하나 역사 일군’ 김신욱, “中에서 성공한 첫 아시아 공격수를 꿈꾼다”

입력 2019-12-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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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선화의 한국인 공격수 김신욱(윗줄 세 번째)이 6일(한국시간)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9 중국 FA컵 결승 홈 2차전에서 원정 1차전 0-1 패배와 동률을 맞추는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뒤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환호하고 있다. 사진출처 | 상하이선화 인스타그램

톈진 취안젠(현 톈진 톈하이)~다롄 이팡에 이어 상하이 선화까지. 반년 새 중국 슈퍼리그 세 번째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은 부임 직후인 7월 초 상하이 선화 고위층과 긴밀한 미팅을 가졌다. 주제는 여름이적시장과 선수단 리빌딩. 이 무렵만 해도 상하이 선화는 슈퍼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며 갑(甲·2부) 리그 강등이 가까워진 상태였다.

상하이 선화 관계자가 물었다. “우린 오래 전부터 유럽 특급 스타와 접촉하고 있다. 혹시 영입 희망 선수가 있나?” 최 감독이 답했다. “김신욱(31)을 데려오자.” 당황한 구단 인사가 다시 이야기했다. “김신욱이 K리그 최고 공격수라는 걸 알고 있다. 단, 신중해야 한다. 팀이 원한 선수를 데려오면 성적 책임이 없다. 반대의 경우, 부담이 커진다. 정말 괜찮나?“

2016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함께 한 스승은 제자를 고집했다. 결국 상하이 선화는 사령탑의 뜻을 존중했다. 이적료 600만 달러(약 70억 원)·연봉 400만 달러(약 47억 원)에 김신욱은 중국으로 향했다. 국내 정통 스트라이커가 슈퍼리그로 향한 극히 드문 사례였다.

감독의 의견을 믿고 따라준 구단의 선택이 옳았음이 결과로 증명됐다. 정규리그에서 펄펄 날며 소속 팀을 강등 경쟁에서 구한 김신욱은 6일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9 중국 FA컵 결승 홈 2차전에서 후반 15분 결승포를 작렬, 팀의 3-0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무릎 부상 후유증을 딛고 시즌 10호 골(4도움)을 완성시킨 김신욱의 활약 속에 원정 1차전 0-1 패배를 뒤집고 역전 우승에 성공한 상하이 선화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도전하게 됐다.

김신욱도 많은 걸 얻었다. 반 시즌 동안 두 자릿수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 스트라이커의 힘과 가치를 증명했고, 팀은 슈퍼리그 생존과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구단 차원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 그는 8일 늦은 밤 귀국해 9일 새벽 보라카이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귀국 직후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김신욱은 “후련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엄청난 중압감 탓이다. 여전히 많은 팬들은 우리 선수의 중국행에 거부감을 갖고 있으나 2014년 브라질·지난해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그에게는 ‘도전’이었다.

엄청난 자금이 움직이는 슈퍼리그는 비싸도 유럽·남미의 거물급 선수를 주로 활용한다. 상하이 선화도 가레스 베일(웨일즈·레알 마드리드)로 추정되는 특급 공격수의 영입에 근접한 상황에서 김신욱으로 방향을 틀었다.

상하이 선화의 한국인 공격수 김신욱(윗줄 세 번째)이 6일(한국시간)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9 중국 FA컵 결승 홈 2차전에서 원정 1차전 0-1 패배와 동률을 맞추는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날 상하이 선화는 3-0 대승과 함께 대회 정상에 올랐다. 사진출처 | 상하이선화 인스타그램

“중국은 내게 도전이었다. 슈퍼리그는 항상 세계적인 스타들만 기용했다. 아시아 공격수가 없었고, 성공사례도 없었다. 더욱이 명성 높은 스타들도 종종 실패하곤 했다. 아시아, 특히 한국 선수도 세계적인 선수 이상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김신욱은 K리그1에서 쌓은 화려한 커리어를 전부 내려놓고 제로(0)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일과 대부분이 훈련이었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한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개인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자주 식사와 차를 대접하며 동료들과의 스킨십에 매진했다.

결국 진심이 통했다. 어린 선수들은 스스럼 없이 다가온 그를 ‘따거(형님)’라고 부르며 잘 따르고, 훈련 프로그램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자기발전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화합의 효과도 컸다. 이심전심, 원 팀이 된 상하이 선화는 숱한 위기를 견디며 새 역사를 추가했다.

“목표를 거의 이뤘다. 상하이의 잔류, 외국인 선수다운 활약이다. 새로운 경험에서 많은 걸 배운 시간이었다. 특히 중국 축구시장의 잠재력도 느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부족함도 확인했다.”

슈퍼리그에서 맞이할 두 번째 시즌은 어떻게 다를까. 가장 긴 시즌을 보냈음에도 상하이 선화는 ACL 준비로 선수단 일정이 앞당겨졌다. 내년 1월 초 소집돼 하이난에서 1차 전지훈련을 시작한다. 김신욱은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손발을 맞출 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올 시즌보다 내 자신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 더욱 착실하게, 더 집중해 준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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