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퇴장’ 손흥민…큰 선수 되려면 현명하게 대처해야

입력 2019-12-23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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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가운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이 또 퇴장 당했다. 이번 시즌 2번째이자 올해만 3번의 레드카드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퇴장사에 이름을 올린 불명예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2019~2020시즌 EPL 18라운드에서 경기 도중 쫓겨났다. 상황은 후반 17분 발생했다. 손흥민은 첼시 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와 볼 경합 중 몸싸움을 벌였다. 거기까지는 경기 중 흔히 있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나왔다. 뤼디거에게 밀려 넘어진 손흥민이 드러누운 상태에서 양쪽 발을 쭉 뻗어 올린 게 화근이었다. 손흥민의 축구화 바닥이 뤼디거의 가슴 부위를 가격했고, 뤼디거는 그대로 쓰러진 채 통증을 호소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한 손흥민은 주심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순간 경기장은 레드카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예상에 술렁거렸다. 모든 시선은 주심에게 집중됐다. 즉각적인 판단을 유보한 주심은 한동안 VAR(비디오판독)을 살핀 뒤 손흥민의 행동을 고의적인 폭력행위로 규정하고 퇴장을 명령했다. 즉시 퇴장으로 추가 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누가 봐도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몸싸움 이후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서도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2-0으로 이긴 첼시 램퍼드 감독도 “축구에서는 때때로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일종의 반사적 동작이었다”고 지적했다.

토트넘 손흥민(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만 벌써 3번째 퇴장이다. 손흥민은 2018~2019시즌 본머스와 EPL 37라운드 원정경기(5월 4일)에서 보복성 반칙으로 전반 43분 퇴장 당했다. EPL 입성 후 첫 불명예를 안은 손흥민은 3경기 징계를 받고 이번 시즌 2라운드까지 출전하지 못했다. 2019~2020시즌 에버턴과 EPL 11라운드 원정경기(11월4일)에서도 후반 34분 과격한 태클로 퇴장 당했다. 이후 3경기 출장정지 징계까지 내려졌으나 토트넘 항소로 징계는 철회됐다.

한 해 3번 퇴장은 EPL 진기록이다. 축구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손흥민은 2010년 리 캐터몰(당시 선덜랜드)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3차례 레드카드를 받은 EPL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대형 선수다. 차범근이 보유했던 한국인 유럽무대 최다골(121골) 기록을 갈아 치웠고,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후보 30명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인 22위를 마크했다. 올 시즌 번리와 16라운드에서는 70여m를 폭풍질주한 뒤 득점까지 성공한 ‘슈퍼 골’로 화제를 모았다. 몸값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명실상부 세계적 레벨의 선수다.

그렇다면 그런 수준에 맞는 행동도 요구된다. 상대의 집중 마크도, 끈질긴 괴롭힘도 현명하게 대처해야한다. 억울해도 참고 경기에만 집중할 줄 알아야한다. 그래야 더 성장할 수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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