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김신욱, “난 상하이의 한국 국가대표, 온 마음과 열정 다해 뛴다”

입력 2020-01-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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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선화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축구국가대표팀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오른쪽)이 2019년에도 따스한 나눔과 사랑을 실천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동을 찾아 성금을 기탁한 김신욱이 고태성 어린이병원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키다리 산타’ 김신욱(32·상하이 선화)은 변함없이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동을 찾았다.

2년 6개월 계약기간 가운데 반년을 마친 시점. 짧은 휴식기를 쪼개 개인훈련을 하고 먼 지방의 지인들을 만나는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아산병원을 찾아간다는 매년 12월의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는 것이 그와 가족의 의지다.

비록 예년과 달리 지난달 30일 이뤄진 방문에서는 환우들을 일일이 만나 선물을 전달할 수 없었으나 성금을 병동에 기탁하며 변함없는 정성을 쏟았다. “운동선수는 어린이들에게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기운을 불어넣고 계속 여러 분들을 사랑한다는 걸 알리고 싶다.”

김신욱은 이제 곧 세 아이의 아빠가 된다. 두 딸이 있고, 막내(아들)가 곧 태어난다. 그는 “아이들을 향한 감정부터 달라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관심을 꾸준히 가져가야 한다. 아빠란 사실 자체가 동기부여”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여름 K리그1 전북 현대를 떠나 ‘전 스승’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향한 김신욱은 반 시즌 동안 10골을 몰아치며 소속 팀의 강등권 탈출, FA컵 정상을 일구며 한국 스트라이커의 힘을 증명했다.

- 해외 첫 도전이 성공적이었다.

“내게 ‘도전’이란 새로운 산을 넘는 것이다. 상하이로 향할 때부터 힘든 산으로 생각했다. 테베즈, 드록바 등 쟁쟁한 선수들이 거친 곳이다. 아시아 공격수라 더 잘해야 했다. 경기장 안팎에서의 모습이 중요했다. 그것이 도전이었다.”

실제로 김신욱은 편견을 느꼈다. 왠지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 표현할 수 없지만 피부로 닿는 불편함이 있었다. 동료들의 신뢰도 적었다. 당연했다. 쟁쟁한 슈퍼스타들만 슈퍼리그 스트라이커로 활동했으니 말이다. 우려는 5경기 연속 골과 함께 사라졌다. 그는 “한국인 감독과 공격수가 함께 생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좋은 결과를 냈다. 항상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했다.

상하이 선화 김신욱. 사진제공|상하이선화


- 홀로서기의 의미도 있다.

“인정받지 못하면 불명예스럽게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게 시선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경기에 집중했다. 최고의 크로스를 배달해준 (전북의) 이용, 김진수, 문선민, 로페즈, 손준호, 이승기 등 출중한 동료들의 도움 없이 생존하는 법도 깨우쳤다.”

- 전북과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

“전북에서는 상대 박스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었다. 이곳에선 수비 부담이 대단하다. 역할이 늘었고,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어쩌면 난 중국 본토 선수들보다 훨씬 간절했다. 집중 조명도 많이 받았다.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 부담이 날 자극한 힘이 된 듯 싶다.”

최 감독은 부임 직후 딱 한 장 주어진 외국인 선수로 김신욱을 선택했다. 2016년부터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은 제자를 뽑으며 주저하지 않았다. 구단은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영입을 바랐으나 ‘최씨 고집’을 꺾지 못했다. 지난해 전반기 전북에서 13골을 몰아친 그는 상하이에서 9골을 뽑았다.

- 강등권 싸움은 처음이 아니었나.

“전북에서 리그 득점왕과 우승을 노렸다. 그런데 상하이에서 목표를 수정했다. 생존. 다른 팀들의 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가령 토요일 경기를 한 뒤 강등권 경쟁 상대들의 일요일 경기를 라이브로 봤다. 발을 구르고 안절부절 못했다. 산둥 루넝과의 FA컵 결승도 짜릿했다. 누구도 우리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다. 기적이 따로 없었다.”

- 올해(2020년) 부담도 덜었다.

“이제 안정적으로 가고 싶다. 5위권 진입이 현실적인 목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울산 현대와 만난다. 친정 팀이란 것도 있지만 K리그를 꽤 껄끄러워 하는 인상이다. 전북도 울산도 강호다. 객관적으로 우리가 밀릴 수 있으나 프로답게 승리를 위해 잘 싸울 것이다.”

상하이 선화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마치고 돌아온 김신욱은 짧은 휴식기에도 쉴 틈 없이 개인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어진 역할도, 활동량도 늘어난 팀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사진제공|김신욱


- 개인 훈련도 많이 하더라.

“부족함이 많다. 시즌 막판에 집중 견제를 경험했다. 날 붙잡고 늘어지려는 수비를 뚫기 위해 왼발 슛에 드리블 실력을 보완 중이다. 웨이트 훈련은 기본이다. 활동량이 (전북에서) 10㎞에서 11~12㎞로 늘었다. 살기 위해 땀 흘린다.”

김신욱은 식단관리도 동시에 한다. 현미밥과 훈제연어와 살코기, 채소와 과일로 버틴다. 체중감량을 위함이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피하는 것도 이것저것 먹는 걸 피하고 싶어서다. 시즌 중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파스타를 꾸역꾸역 먹는다. 라면 맛을 본지 1년이 넘었고 상하이의 그 유명한 야경도 보지 못했다. 일주일 한 번 마트방문이 유일한 외출이다.

- 동료들의 생활패턴에도 영향을 끼쳤다.

“몸 관리의 중요성을 서서히 깨닫는 분위기다. 부족하게나마 노하우도 전파한다. 훈련 전, 웨이트 훈련장에 선수들이 많고, 본 훈련에도 활동 폭이 달라졌다. 연습이 실전처럼 바뀌며 개인훈련에도 열을 올린다.”

- 중국에서 뭘 이루고 싶나.

“한국 공격수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 한국 공격수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 유럽·남미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려 한다. 팀에 대한 헌신은 기본이다. 한국축구를 향한 시선을 또 한 번 바꿔보려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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