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김호철 남자대표팀 감독이 밝힌 2019년 대표팀 마스터플랜

입력 2019-01-07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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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배구대표팀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남자 배구대표팀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2019년은 한국배구에 중요한 시기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가 열린다. 남녀 대표팀 모두 2번의 기회를 주는 올림픽예선에서 본선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세계랭킹 상위 24개 팀을 6개조로 나눈 뒤 각 조의 1위 팀에게 출전권을 주는 대륙간예선이 첫 번째 기회다. 만일 여기에서 실패하면 각 대륙별 지역예선에서 우승해야 한다.

여자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확률이지만 세계랭킹 24위의 남자대표팀도 분명 올림픽본선 출전가능성은 있다. 그 좁은 문을 열기 위해 김호철 남자대표팀 감독은 지금 경상남도 하동에서 배구 꿈나무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정식명칭은 미래국가대표 육성을 위한 동절기 훈련이다. 여자부는 12월16일부터 30일까지 벌어졌다. 남자부는 12월 26일부터 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참가선수는 대학교와 몇몇 프로선수, 만 20세 이하 청소년대표, 만 18세 이하 유소년대표 등 24명이다. 이들과 함께 각급별 지도자들이 시니어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머리를 맞대고 한국배구의 미래를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그동안 팬들은 배구협회에 장기적인 비전과 구체적인 계획이 담긴 대표팀의 합리적인 운영을 요구해왔다. 대회의 경중에 따라 다양한 대표팀을 파견해 귀중한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말고 대표팀 저변도 넓혀 미래도 반드시 생각해달라고 요구했다. 배구협회와 김호철 감독은 이를 귀담아 들었다. 하동에서의 연말연시 합동훈련은 달라진 대표팀 운영의 시발점이다. 그에게 2019년 남자대표팀의 시즌 계획과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향한 마스터플랜을 물었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역시 남자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이다.

“2번의 기회가 있는데 대륙간예선은 우리의 현실로 봤을 때 힘들다. 4팀 가운데 한 팀이 티켓을 따는데 그보다는 아시아예선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이 개최를 신청했다고 들었다. A대표팀은 아시아예선에 맞춰 최고의 선수를 뽑아 출전하고 가능성이 떨어지는 대륙간예선은 대표팀 1진과 2진을 섞어서 출전하려고 한다.”

-대표팀 차출 및 구성과 관련한 감독의 구상은.

“일단 현재 각 프로팀에서 주축으로 뛰는 선수들은 4월 선발에서 제외한다. 이들에게는 충분한 휴식과 부상치료 등의 시간을 줄 생각이다. 올림픽예선전을 제외한 나머지 국제대회는 남자배구의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출전해서 성적과 관계없이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V리그가 끝나면 국제대회 시즌이 이어지는데.

“일단 4월에 대표팀을 소집하겠지만 현재 프로팀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어린 선수를 대상으로 하겠다. 여기에 청소년과 대학교의 유망주를 섞어서 팀을 만든 뒤 이들과 챌린지 대회나 초청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도록 하겠다.”

-하동에서 연말부터 진행하고 있는 꿈나무 합동훈련을 설명해 달라.

“유소년대표 강수영 감독, 청소년대표 강성형 감독, 임도헌 대표팀 코치를 포함한 성인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함께 등급별 유망주를 각각 8명씩 24명을 추려서 훈련하고 있다. 신체조건이 좋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함께 훈련시키면서 이 선수들의 포지션별 육성방법을 지도자들이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선수들에게는 대표선수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다양한 기술 등도 교육시키고 체력훈련도 한다.”(이번 합동훈련은 야구의 마이너리그 캠프에 기대주를 모아놓고 선수들의 미래 기대치에 따라 육성방침, 포지션 등을 결정하는 방식과 같다. 이를 통해 각 등급별 지도자들이 공통의 계획을 가지고 유망주들을 오랜 시간 관리해가면서 육성시켜야 한다는 김호철 감독의 평소구상이 실현된 것이다.)

-많은 유망주 선수 가운데 기대가 큰 선수는.

“경기대의 세터 김명관이 눈에 띈다. 높이가 있고 성격도 좋다. 시켜보니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다. 기술 습득력도 있다. 다만 체력이 약한데 만들면 가능하다. 아쉬운 것은 현재 우리 대학생들의 전체적인 수준이다. 예전에는 대표팀을 구성하면 대학생이 4~5명 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학선수 가운데 대표팀에 들어올 재목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더욱 유소년과 청소년 선수 유망주들을 빨리 육성해야 한다. 요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에 가는 선수들도 많아졌는데 이들은 아직 프로팀에서는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전경험이 모자라다. 이런 선수들도 점검하려고 한다.”

-포지션으로 보자면 대표팀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미들블로커다. 장신선수가 나오지 않는다. 만들어야 하는데 선수가 없다. 몇 명의 장신이 프로팀에 있지만 지금 경기에 뛰지 못한다. 프로팀 입장에서는 어차피 경기에 이겨야하니 지금 잘하는 선수를 쓸 수밖에 없다. 이해는 한다. 그러다보니 신장이 좋은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하다.”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서 각 프로팀과 한국배구연맹에 요청할 사항은.

“아무래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훈련기간이 길어야 하는데 그것은 내 욕심이다. 10~11월에 아시아지역 예선전이 열릴 경우 리그의 일정조정 같은 배려가 필요하고 각 구단에서 선수차출에 최대한 협조해주기를 바란다. 가능하다면 한 팀에 많은 대표선수가 몰리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올림픽 본선을 위해서 최고의 멤버를 짜야 한다는 기본방침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 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대회 이후 아직 올림픽 본선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우리 남자는 안 돼”라는 냉정한 시선과 갈수록 줄어드는 배구 유망주들, 넉넉하지 못한 협회의 지원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말했다. 하동의 모텔에서 선수들과 지내며 새해를 맞이한 그는 “장래성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최소한 다른 곳에 기웃거리지 않고 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소박한 새해소망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한 힘든 항해에 나서는 김호철호와 2019년 유소년 및 청소년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연령별 한국 남자배구팀의 선전을 기대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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