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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열쇠는 세터진이 쥐고 있다. 현대캐피탈 선수단이 이승원(26) 기 살리기에 나섰다. 30만원어치 랍스터에 이색적인 동침 미션까지. 물심양면으로 접근하며 이승원의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있다.
이는 공격진에게 혼란이 될 수밖에 없다. 10일 대한항공과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최태웅 감독도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최 감독은 경기 후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최근 잠잠한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잦은 세터 교체로 감을 잃은 것 같다. 세터들도 교체가 잦으며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세터에 대한 애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파다르를 비롯해 신영석, 문성민, 전광인 등 공격수가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게끔 호흡이 맞으면 신이 나서 할 텐데…, 그 점이 많이 답답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최 감독은 “(이)승원이를 지적할 생각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당장 올 시즌 남은 정규시즌부터 봄 배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감독의 뜻대로 기 살리기는 선수단의 몫이다. 신영석은 10일 경기 전 이승원에게 이색 미션을 내렸다. ‘점심 식사 후 전광인의 방에 가 낮잠을 자라는 것’이었다. 단지 잠자리의 문제가 아닌, 둘이 그만큼 가까워지길 바라는 의미였다. “잠은 따로 자는 게 좋겠다”는 전광인의 완강한 거절로 무산됐지만, 둘은 전광인의 방에서 속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광인은 지난해 말 이승원과 따로 랍스터를 먹기도 했다. 둘만의 자리였지만 비용이 30만원 가까이 나왔다. 신영석도 “승원이가 정말 부럽다”고 밝힐 정도다.
전광인은 “많이 힘든 위치다. 우리가 힘을 실어줘야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밝게 하자, 재밌게 하자고 거듭 강조했다”며 “시즌 초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씩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승점 2점 앞선 선두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지만, 봄 배구 이상의 성적을 위해서는 세터진 안정이 필수다. 선수단이 이승원 기 살리기에 적극적인 이유다.
천안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