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이승원. 스포츠동아DB
시즌 개막전 팀 이름 앞에 레알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선수 각자가 V리그에서 그동안 쌓아온 기록과 개인기량은 출중했지만 이를 코트 안의 6명 각자의 힘이 아닌 팀의 총체적 역량으로 바꾸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최적의 퍼즐과 공존을 위한 활용도를 고심하던 최태웅 감독은 경기를 해가며 리시브라인과 수비위치 등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했다. 수많은 노력과 고민의 날이 있었기에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전력을 갖췄다.
최태웅 감독은 13일 KB손해보험과의 4라운드 의정부 원정을 앞두고 새로운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FA시장에서 전광인을 영입했을 때부터 구상해왔던 밑그림이 4라운드에 보여준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 차출 등으로 훈련기간이 짧은데다 체력적으로도 지쳐 있어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시도할 수는 있었지만 전체 선수들의 컨디션과 체력을 감안해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반 이후 선수들이 회복되고 수비 시스템과 리시브라인이 정리되면서 문성민의 선발출전이 많아졌다”면서 시즌 중반 이후 당초 구상했던 그림대로 팀이 만들어졌고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현대캐피탈. 스포츠동아DB
최 감독은 상대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서브의 완성과정도 설명했다.
“우리는 이판사판으로 때려서 상대가 리시브를 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서브를 넣는 것이 아니다. 강한 서브를 가진 선수가 범실을 하나씩 줄여갈 때 각자가 더 많은 서브를 넣을 기회가 생길 것이고 이 것이 상대팀에게는 부담스러울 것이다”고 했다. 서브부문 압도적인 1위 파다르의 파워와 문성민의 정확성, 약점이었던 범실이 줄어든 전광인과 미들블로커로서는 드문 신영석의 점프서브 등이 쉴 틈 없이 이어지면서 서브위력은 자연스럽게 증폭됐다.
최태웅 감독은 “4명의 서브가 잘 들어가는 날은 상대에 위협이 되고 우리 팀의 플레이가 잘 풀리는 날”이라고 했다.
이제 남은 현대캐피탈의 숙제는 세터의 안정화다. 시즌 내내 많은 이들로부터 지적을 받는 주전세터 이승원을 향해 애정 어린 응원도 잊지 않았다.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승원이 걱정이 많은데 우리는 4라운드까지 5패 밖에 당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승원이가 출전해 진 것은 2번뿐이다. 경기결과보다는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에 승원이가 정신적으로 더 힘들 것이다. 그런 시선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버티면서 경기를 하는 것을 보면 멘탈은 정말로 대단한 선수다. 다행스럽다. 앞으로 더 좋을 경기를 할 것”이라며 덕담을 했다.
의정부|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